6명 중 4명 2027년까지 교체해야
권도스 부총재 내년 5월 임기 종료
부총재 인선, 총재 후계 구도 분수령
유럽중앙은행(ECB) 수뇌부의 상당수가 2027년 말 임기 종료를 앞두면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를 비롯한 핵심 인사들의 후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차기 부총재의 국적과 통화정책 성향이 라가르드 후임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누가 바통을 이어받을지를 두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회원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 집행위원회 이사진 6명 중 4명이 2027년 말 임기가 종료된다. 루이스 데긴도스 부총재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이며, 라가르드 총재,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 등은 2027년 잇따라 임기가 끝난다. 이에 따라 유로존 각국 수도에서는 통화정책의 향방을 좌우할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데긴도스 부총재의 인선 경쟁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파월 의장 후임 구도와 ECB 리더십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ECB는 이르면 이번 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권도스 부총재 교체를 위한 공식 절차 개시를 요청하고,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번 주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막후에서는 이미 라가르드 총재의 후임을 노린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ECB 정책위원), 요아힘 나겔 독일 연방은행(분데스방크) 총재,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현 국제결제은행 사무총장) 등이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라가르드 총재의 눈은 노트 총재를 향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 네덜란드 포드캐스트 '칼리지 리더스 인 파이낸스'에 출연해 "노트 총재는 지성과 체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을 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는 보기 드물고 매우 필요한 능력"이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그는 "노트가 유일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차기 부총재 인선은 라가르드 총재의 후계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부총재 인선이 사실상 차기 총재의 출신 지역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부총재 자리를 남유럽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면 총재직은 반대 진영인 북유럽 등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ECB 내부의 인사 구조와 세력 균형 때문이다. ECB는 21개 회원국의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초국가적 기관으로, 구성원 한 명의 교체조차 단순한 인사가 아닌 회원국 간 권력 구도의 재편인 셈이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ECB는 어떤 나라도 이사회 의석을 두 개 차지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이에 각국 정부는 강경파(매파)와 온건파(비둘기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다. ECB의 통화정책이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성별 역시 고려 사항이다. ECB 이사회는 역사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었으며, 1998년 이후 26명의 이사 중 여성은 19%에 불과했다고 FT는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