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가 화장지로 작품 훼손
대만의 한 미술관에서 자원봉사자가 전시 중인 예술 작품의 표면을 실수로 닦아 훼손했다. 해당 작품의 제목은 '먼지 묻은 거울'이다.
대만 중앙통신사(CNA), 타이완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지난 4일 대만 지룽시 지룽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미술 특별전 중 발생했다. 전시 5일 차였던 이날 지룽시 문화관광국 소속 자원봉사자가 전시장을 순찰하던 중 대만 예술가 천쑹즈(陳松志)의 설치 작품인 거울 표면의 먼지를 더러워진 것으로 착각해 화장지로 닦아낸 것이다.
건축 자재와 가정용품을 활용해 만든 해당 설치 작품은 먼지 덮인 거울이 나무판 위에 올려져 있는 형태다. 이 거울의 얼룩과 먼지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거울에 있는 먼지와 얼룩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지속과 변화를 상징하며, 중산층의 문화적 의식을 반영한 표현이다.
미술관 직원들은 해당 자원봉사자를 즉시 제지했지만 이미 작품은 손상된 뒤였다. 문화관광국은 즉시 미술관 전시 기획팀과 작가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향후 조치에 대해 긴급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작품을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비평가들은 "실수로 닦은 것 또한 작품의 일부이므로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문화관광국은 "작가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해도 그의 창작 활동에 가해진 피해를 완전히 보상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인지하고 있다"며 작가와 후속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예술 작품에 대한 인식과 보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 중인 작품이 실수로 훼손되는 일은 종종 생긴다. 2021년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몰에서 열린 '스트리트 노이즈(STREET NOISE)'에서 전시된 5억원 상당의 존원의 그라피티 작품을 관람객이 물감을 뿌려 훼손한 일이 있었다. 커플로 알려진 해당 관람객은 장식으로 작품 앞에 놓여있던 붓을 이용해 작품에 물감을 뿌렸다. 작품을 훼손한 이들은 "벽에 낙서가 돼 있고 붓과 페인트가 있다 보니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뜨는 뉴스
또 2023년에는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한 관람객이 훼손했다. 이 작품은 바나나를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것으로, 2019년 전시됐던 아트페어에서 1억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돼 화제를 모았다. 문제의 관람객은 "배가 고팠다"며 벽에 붙어 있는 바나나를 떼서 먹었고 껍질을 다시 테이프로 벽에 붙여뒀다. 리움미술관은 이번 일을 돌발적인 해프닝으로 간주하고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새 바나나를 다시 붙여 전시를 이어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