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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자본의 언어를 배운다[K, 할리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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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은 IP 독점권 요구와 수익 배분 비율
AI 기술로 투자 구조 자체 바뀌어
구체적 성과 나타나…모팩 60억원 투자 유치

K콘텐츠, 자본의 언어를 배운다[K, 할리우드로] '유녹(U-KNOCK) 2025 in USA'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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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유녹(U-KNOCK) 2025 in USA'는 단순한 문화 교류의 장이 아니다. 콘텐츠 산업이 금융과 직접 연결되는 시험대다.


더핑크퐁컴퍼니, 모팩 스튜디오, 스튜디오리얼라이브, MBC, 퍼니플럭스 등 국내 기업 열다섯 곳이 참여했고, 현지에서 WIIP, CAA 미디어 파이낸스, 앳워터 캐피털 등 주요 투자사가 참석했다. 지식재산(IP)과 제작 기술을 중심으로 실질적 투자 구조 협상을 벌였다.


콘진원이 발간한 '2024 콘텐츠 산업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수출 규모는 13억3400만 달러(약 1조938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영상·게임 분야는 40% 이상을 차지했다.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콘텐츠는 투자 가능한 산업 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유녹은 '투자 검증형 IR(Investor Relations) 행사'로 기획됐다. 기업들이 작품 소개보다 시장성, IP 수익구조, 회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피칭한다. 폴 리 WIIP 최고경영자(CEO)는 "목표는 단순한 공동 제작이 아니라 진정한 공동 창작"이라고 강조했다.


IP 통제권을 둘러싼 긴장

유녹에 참여한 스튜디오더블유바바는 투자사와의 1대1 상담에서 '로봇박사 테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략을 제시했다. 박인찬 대표는 "일반적인 투자 방식은 제작사의 수익 회수가 배급 이후로 미뤄진다"면서 "PF는 단계별 투자-제작-수익 배분 구조를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편 애니메이션 방영 수익과 OTT 판권 판매, 완구·출판·오디오북 IP 확장, 글로벌 융합인재교육(STEAM) 기관 및 지자체 연계 프로그램 라이선스가 주요 수익 축"이라며 "3년 내 해외 배급을 통한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포트폴리오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IP 통제권이다.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관계자는 "해외 투자사들이 IP 통제권을 요구하는 것은 개별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할리우드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특성"이라고 말했다.


K콘텐츠, 자본의 언어를 배운다[K, 할리우드로] '유녹(U-KNOCK) 2025 in USA' 현장

박 대표는 "가장 큰 부담은 IP 독점권 요구와 수익 배분 비율"이라며 "일부 OTT나 배급사가 글로벌 독점 스트리밍 조건을 제시하는데, 이는 완구·출판 등 2차 사업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지역 제한 독점' 또는 '세그먼트별 비독점'으로 조정해 IP의 장기 확장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요 투자사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투자에 대해 "제작 기간이 보통 3~5년이다. 투자금이 너무 오래 묶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면서도 "제작 기간이 단축된다면 '이젠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로 제작 기간을 25~30%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투자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고 강조했다.


변화의 신호, 모팩 60억원 투자 유치

이런 흐름 속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팩 스튜디오가 최근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약 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녹 행사에서 이뤄진 성과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 기업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이 실제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 주도 IR 행사가 촉매제 역할을 하는 가운데,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투자 시장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팩 스튜디오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장성호 감독은 한국 1세대 시각효과(VFX) 전문가다. '해운대', '명량', '스위트홈' 등에서 CG 작업을 담당했으며, 지난 4월 10여 년간 기획·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를 선보였다. 예수의 일생을 다룬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북미에서 개봉해 누적 흥행 수익 약 272억원(1910만 달러)을 기록했다. 성경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27년 만에 '이집트 왕자'의 기록을 넘어섰다. 북미 관객들로부터 시네마스코어 최고 등급인 'A+'를 획득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도 개봉 5주차 기준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할리우드의 빅5(디즈니·픽사·소니·드림웍스·일루미네이션)가 장악한 북미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 외부 스튜디오가 진입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킹 오브 킹스'는 보수와 문화의 상징적 공간인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추가 상영까지 이뤄내며 한국의 중소 스튜디오가 미국 메인스트림 문화에 진입한 이례적 사례로 남았다.


모팩 스튜디오의 강점은 기술력이다. 게임 산업에서 발전한 언리얼 엔진을 영화 제작 파이프라인에 접목해 실시간 시뮬레이션과 검수가 가능한 제작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제작비와 시간을 절감하면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조차 아직 본격적으로 구현하지 못한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한국은 콘텐츠 제작 및 기획력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시장"이라며 "모팩 스튜디오는 기술 혁신성과 글로벌 IP 전략, 그리고 북미에서 입증된 흥행 잠재력을 기반으로 성장 전략을 세워왔다"고 치켜세웠다.


K콘텐츠, 자본의 언어를 배운다[K, 할리우드로] '유녹(U-KNOCK) 2025 in USA' 현장

장성호 대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차기 장편 애니메이션 기획과 제작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AI와 버추얼 프로덕션 기반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배급 네트워크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보조에서 투자로

정부도 지원 방식을 개편하고 있다. 과거 제작비 보조 중심에서 벗어나 성과 연동형 투자 모델을 도입했다. 실제 계약 체결이나 투자 유치가 발생한 기업에 후속 지원이 이뤄지는 구조다.


정부는 '콘텐츠가치평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약 333억원 규모의 'K밸류펀드(가치평가연계펀드 4·5호)' 결성이 대표적 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PwC, 딜로이트는 공통으로 AI 기반 제작, 실감형 콘텐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엔터테인먼트를 차세대 성장 분야로 지목한다. 유녹의 미국 전략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 AI 영상 제작·버추얼 프로덕션·IP 확장형 플랫폼을 앞세운 협업·투자 중심 모델이 주를 이룬다.


우성배 콘진원 콘텐츠금융지원팀장은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의 성장을 높이 평가하지만, 신뢰할 만한 검증 체계가 없으면 신규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IR은 공공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검증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리스크를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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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녹은 분명한 이정표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감성의 한류'를 넘어 '자본 한류'로 이동하기 위한 실제 전환점이다.




로스앤젤레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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