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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괜히 가져왔네" 또 틀린 날씨 앱?…알고 보면 '열 중 아홉은 맞았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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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잘하는 AI, 날씨의 물리적 해석은 못한다
"예보는 빗나가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잘못 읽는다"

최근 잦은 '가을장마'에도 날씨 앱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비 예보가 떴지만 하늘은 맑았고, 맑다던 날엔 소나기가 쏟아졌다. 출근길에 우산을 챙겼다가 온종일 햇빛만 본 시민들 사이에선 "기상청은 또 틀렸다"는 푸념이 반복된다.


스마트폰 속 날씨 앱은 언제부턴가 '믿을 수 없는 정보원'이 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보가 '틀렸다'기보다, 예보의 언어를 우리가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기상학자들은 "예보가 빗나간 게 아니라, 이용자가 예보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산 괜히 가져왔네" 또 틀린 날씨 앱?…알고 보면 '열 중 아홉은 맞았다'[과학을읽다] 네이버의 날씨 알림. 네이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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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는 틀리지만, 데이터는 점점 정확해진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단기 예보의 평균 정확도는 90.0%. 비가 많이 왔던 최근 3개월(2025년 6~8월) 강수유무 정확도(ACC)는 88.5%로, 2024년(84.5%), 2023년(83.8%)보다 뚜렷하게 개선됐다. 수치로 보면 10번 중 9번은 예보가 맞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자주 틀린다"고 느낀다. 이유는 '확률 예보'의 언어 때문이다. "강수확률 60%"는 "비가 60% 확률로 온다"가 아니라, "비슷한 기상 조건에서 과거 10번 중 6번 비가 왔다"는 통계적 의미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이를 직관적으로 "비가 온다"고 받아들인다. 결국 예보의 수학적 언어와 시민의 직관 사이의 간극이 체감 오차를 실제 오차보다 훨씬 크게 만든다.


기상청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예보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초단기 강수예측모델 '나우알파(NowAlpha)'는 전국 10개 기상레이더에서 2시간 동안 관측한 강수 자료를 입력받아 6시간 뒤까지의 강수 강도를 10분 간격으로 예측한다.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40초 이내로, 기존 수치예보 모델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우산 괜히 가져왔네" 또 틀린 날씨 앱?…알고 보면 '열 중 아홉은 맞았다'[과학을읽다]

중기 예보에는 '위즈돔(WISDOM)', '포캐스트넷2(FourCastNet2)', '팽구-웨더(Pangu-Weather)', '그래이프캐스트(GraphCast)' 등 최신 AI 모델이 투입돼, 12일 단위의 예측 결과를 6시간 간격으로 생산한다.


윤세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겸 김재철 AI대학원) 교수는 "AI 예보모델은 물리 방정식을 직접 풀지 않고,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는 데이터 중심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학습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학습이 완료되면 몇 초 만에 새로운 예보를 생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구조적으로 '왜 그렇게 예보됐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윤 교수는 "딥러닝은 수백만 개 이상의 가중치를 가진 블랙박스 구조라 어떤 입력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예보의 원인을 설명하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AI는 빠르지만, 안정성은 아직"… 불확실성 해소가 과제

기상청도 이 문제를 인정한다. "AI 예보는 속도 면에서 뛰어나지만, 폭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 상황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AI 예보가 '단일 결과'만 제시하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상청은 '설명가능AI(X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예보의 근거를 시각화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또한 여러 모델을 동시에 학습시켜 결과를 종합하는 앙상블(ensemble) 접근도 시도 중이다.

"우산 괜히 가져왔네" 또 틀린 날씨 앱?…알고 보면 '열 중 아홉은 맞았다'[과학을읽다]

특히 기상청은 최근 '베이지안 신경망 기반 앙상블 구조'를 적용한 14일 예측 가능한 중기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의 결정론적 구조를 벗어나 초기 조건의 불확실성과 데이터 변동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설계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AI가 계산은 빠르지만, 에너지 보존법칙 같은 물리적 정합성을 항상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학습 과정에 물리적 제약을 포함시켜 정확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보의 신뢰도, 결국 '데이터 품질'

AI 예보의 성능은 결국 입력 데이터의 품질에 달려 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예보 정확도를 좌우하는 세 요소의 비중은 관측자료 품질 32%, 수치예보모델 40%, 예보관 역량이 28%다. 즉, 예보의 3분의 1은 '데이터 품질 관리'가 결정한다.


조정훈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 연구관은 "AI 예보의 정확도는 입력 데이터의 신뢰도에 정비례한다"며 "관측자료의 일부라도 오류가 누적되면 예보모델의 편향(bias)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AI의 성능은 알고리즘보다 입력 데이터의 정합성과 일관성이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도 "예보에 활용되는 관측자료는 레이더·위성·해양 등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수치모델 배경과 함께 결합해 사용한다"며 "단일 자료의 미세한 오차보다 전체 시스템의 상호 조정과 품질관리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산 괜히 가져왔네" 또 틀린 날씨 앱?…알고 보면 '열 중 아홉은 맞았다'[과학을읽다]

"예보는 틀린 게 아니라, 계속 수정되는 것"

스마트폰에 뜨는 날씨 알림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뀐다. 이는 예보가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실시간 조정 과정이다.


우진규 통보관은 "AI 예보모델은 짧은 주기로 재계산이 가능해, 이전에는 하루 2회였던 예보가 지금은 수십 회 단위로 갱신된다"며 "예보가 바뀐다는 것은 오히려 기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 민간 날씨앱 관계자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예보가 바뀌면 불안하지만, 그건 예보가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라 '지속 갱신 중'이라는 신호"라며 "AI 예보 시대에는 정확도보다 적시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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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보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다루는 과학이다. AI는 그 불확실성을 줄이는 도구로 자리 잡아가지만, '틀리지 않는 예보'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눈이 보지 못한 패턴을 AI가 찾아냄으로써, 우리는 더 잘 대비된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하늘을 읽는 과학은 이제 '틀림을 이해하는 지혜'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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