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당국, 팩트시트 작업 막바지
관세 인하 시점 등 놓고 줄다리기
한미 간 관세와 안보 협상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임박했다. 양국이 합의 사항을 어떻게 이행할지 명시하느냐에 따라 국익이 달라지는 만큼 팩트시트 내용과 표현에 관심이 쏠린다.
5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관세와 안보 분야에서 합의한 내용을 정리한 팩트시트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관련 양해각서(MOU) 작업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바 있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4일 "늦지 않게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관세 부문에서는 인하 시점을 언제로 둘지가 쟁점이다. 자동차 관세는 한미가 지난 7월 인하에 합의했지만 실제 적용되지 않고 있다. 팩트시트에서 인하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더 많은 관세를 소급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7월 말 팩트시트 발표, 9월 말 관보 게재를 통해 8월1일자로 관세를 소급받은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인하 시점을 8월7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김 장관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는데,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관세 인하 시기와 관련…우리가 제안한 8·7 대신'이라고 보냈다. 8월7일은 한국이 상호관세율을 확정하고 발효한 날이다. 다만 미국 측에서는 양해각서(MOU) 체결일을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의 경우 팩트시트에 합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도체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고 말하며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대미 투자펀드 MOU에 반도체 내용이 없다는 의미에 불과하며, 팩트시트 문안까지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의 '관세 인하' 약속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내는지도 관건이다. 한국은 MOU에 서명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이 한국의 관세를 내린다는 내용의 관보를 게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OU에 서명해도 실제 효력이 발생하는 관보가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관보 게재는 MOU에 서명한 후 이뤄지는 작업이고, 팩트시트가 있으니 러트닉 장관의 확약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안보 부문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내용이 팩트시트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급부상해 논의 시간이 짧았던 만큼 구체적인 사항이 적시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양국 간의 협력 의지를 다지는 정도로 문구가 나온다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어디서 어떻게 건조할지를 두고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에서 만들 것이라는 내용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필리조선소는 시설이 노후하고 미국법에 따라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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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일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선 핵추진잠수함 도입,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한미동맹 현대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했다. 국방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인상,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 현안도 논의됐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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