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내달 '아이다'
솔오페라단은 31일 '리골레토'
삼각관계·복수극…비극적 운명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곡가 2명으로 흔히 주세페 베르디(1813~1901)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가 꼽힌다. 공교롭게도 둘은 1813년 같은 해에 태어나 각각 이탈리아, 독일 오페라를 대표하는 거장이 됐다. 둘의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 집단을 각각 베르디안, 바그네리안으로 칭한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2월 공연시간만 5시간에 달하는 바그너의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무대에 올릴 예정인 가운데 11월에는 베르디의 대표작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11월13~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아이다'를, 솔오페라단이 오는 10월31일~11월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리골레토'를 공연한다. '라 트라비아타', '오텔로'와 함께 베르디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아이다와 리골레토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 개통 역사와 연관된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869년 수에즈 운하가 개통될 때 이집트는 폭넓은 자치를 누리는 오스만 제국의 속주였다. 당시 이집트 총독 이스마일 파샤는 이집트가 유럽처럼 근대화되기를 원했다. 그는 수에즈 운하 개통을 세계에 알리고자 카이로에 오페라 하우스 건설을 추진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에게 개막 작품을 위촉했다. 베르디는 처음에 이스마일 파샤의 제안을 거절했고, 수에즈 운하 개통과 함께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 개관작으로 베르디의 리골레토가 공연됐다. 리골레토는 당시 초연한 지 20년 가까이 된 작품(1851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이었다. 베르디는 뒤늦게 이스마엘 파샤의 제안을 수락해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아이다'를 작곡했다. 아이다는 수에즈 운하가 개통하고 2년이 지난 1871년 12월24일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했다.
아이다는 이집트에 잡혀온 에티오피아 공주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포로로 잡혀온 아이다에게 반하고,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간의 비극적 삼각관계를 다룬다. 아이다는 엘튼 존이 팀 라이스와 함께 제작해 1998년 초연한 동명의 뮤지컬로도 유명하다.
리골레토도 비극이다. 주인공 리골레토는 꼽추이자 만토바 궁정의 광대다. 리골레토가 모시는 만토바 공작은 소문난 바람둥이다. 리골레토는 만토바 공작의 마수가 자신의 딸 질다에게까지 뻗쳤다는 사실을 알고 극도로 분노한다. 리골레토는 청부 살인업자까지 고용해 만토바 공작에게 복수를 결심하지만 오히려 그의 복수는 질다를 잃는 커다란 상처로 되돌아온다. 리골레토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왕은 즐긴다'를 원작으로 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출연지만 200여명에 달하는 웅장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아이다에서 유명한 개선 행진곡 장면에서는 무대에 오르는 합창단만 100여명에 달한다. 아이다 역은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아이다에서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과 스페인 빌바오, 이탈리아 파르마 콩쿠르 1위에 오른 조선형이 맡는다. 라다메스 역에는 테너 신상근과 국윤종, 암네리스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와 김세린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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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오페라단의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캐슬린 킴과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의 주역가수 소프라노 나탈리아 로만이 맡는다. 리골레토 역은 이탈리아 출신의 바리톤 알베르토 가잘레와 강형규가, 만토바 공작 역은 테너 박지민과 김진훈이 맡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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