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청강 中 국제무역협상대표와 화상 회의
제재 조기 해제·공급망 안정화 제안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와 화상 회의를 열고 최근 중국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와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잇단 조치가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 논의로 평가된다.
이날 회의에서 여 본부장은 중국이 지난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 측은 조속한 해제를 위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여 본부장은 "조선·해운 등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이 불필요한 규제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제재 조치의 조기 완화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은 미국의 방산 프로젝트 참여 이력을 가진 기업으로, 중국의 이번 제재는 사실상 '미국과 협력하는 기업'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향후 중국 내 거래 제한, 금융조달, 부품조달 과정에서의 간접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국이 한미 협력 기업을 전략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장기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제재가 특정 기업을 넘어 한국 조선·해운 산업 전체에 신호를 보낸 조치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관련 업계와 비상 점검 체계를 가동했으며, 외교·통상 라인을 통해 구체적 조치 내용과 해제 절차를 파악 중이다. 여 본부장은 회의에서 중국 측에 산업계의 우려를 전달하며,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상시화하자고 제안했다.
양측은 또 최근 중국이 강화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희토류 채굴·제련 기술과 장비, 배터리·자석 관련 소재 등을 포함한 수출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결정은 한국 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국내 산업계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 본부장은 "한국은 첨단 산업의 공급망 안정이 곧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며 수출통제 확대에 따른 산업계 우려를 전달했다. 아울러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방산 등 한중 모두가 협력하는 핵심 분야인 만큼,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와 재활용 기술 확보를 주요 대응 과제로 설정했으며, 산업부 내에 '희토류 공급망 TF'를 운영하고 있다.
양측은 이번 협의를 단발적 논의로 끝내지 않고,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통상장관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이번 현안을 포함해 상호 관심사 전반을 심층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며, 리청강 대표는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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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으로 중국 제재조치와 수출통제 강화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시 통상외교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요 산업별 협회, 수출기업과 합동으로 실태를 점검해 애로사항이 발생할 경우 중국 측과 즉시 협의할 계획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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