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과학관 개관식에서 황새 방사
1마리, 케이지에서 나온 뒤 고꾸라져 폐사
"적절한 동물 복지·안전 조치 없어" 고발
경남 김해시의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에서 황새 3마리를 방사한 직후 1마리가 폐사한 것과 관련해 홍태용 김해시장과 담당 공무원 등이 고발당했다. 20일 김해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한 민원인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홍 시장과 담당 공무원, 수의사, 사육사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민원인은 사건 당일 김해시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황새들을 방사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야생동물 복지와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황새 1마리가 폐사하게 했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분류된다.
김해시는 지난 15일 개최된 개관식 행사에서 황새 방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 2022년 충남 예산 황새 복원을 위해 들여온 황새 암수 한 쌍과 올해 3월 화포천 습지 봉하뜰에서 부화에 성공한 황새 등이다. 행사는 시장과 국회의원 등 주요 내빈 연설이 끝난 뒤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사 직후 수컷 황새 1마리가 케이지에서 나온 뒤 날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사육사들이 응급 처치를 위해 황새를 급히 사육장으로 옮겼으나, 결국 폐사했다. 당시 황새들은 케이지에 1시간 40분가량 갇혀 있었으며, 외부 기온은 약 22도로 햇볕이 강해 참석자들은 양산을 쓰기도 했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황새들은 방사 순서를 기다리며 좁은 상자 안에서 1시간 40여 분간 갇혀 있다 한 마리가 탈진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온도는 22도로 승용차의 경우 창문을 약간만 열어둬도 직사광선을 받으면 내부 온도가 30도까지 오르는 등 밀폐된 공간은 훨씬 뜨겁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195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천연기념물 황새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시가 기본적인 생명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행사를 위해 황새를 처참하게 다뤘다"며 "시는 황새 폐사 책임을 지고 폐사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향후 모든 공공 행사에 눈요기로 동물을 동원하는 일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해시는 국가유산청에서 케이지를 정식 대여받았고, 케이지에는 통풍 장치 등이 갖춰져 있었다고 밝혔다. 처음 황새를 데려올 때도 같은 케이지를 이용해 약 6시간 동안 운반해 왔으며, 개관식 당일 수의사와 사육사 등이 황새들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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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고발된 사건을 배당한 뒤 절차에 따라 수사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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