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조직 기증 및 이식' 첫 종합계획 확정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법제화…인체조직 공급체계 정비도
정부가 연명의료 중단 후 심장사한 환자의 장기 기증까지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해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늘고 있지만 가족이나 지인의 생체 장기 이식 외에 유일한 장기 이식 방식인 뇌사자 기증은 정체돼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발표했다. 2023년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종합계획 수립 근거가 마련된 후 첫 정부 차원의 기증·이식 종합대책이다.
현재 국내 장기 이식은 대부분 뇌사자 기증에 의존하고 있다. 뇌사 추정자가 발생하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병원을 방문해 가족의 동의를 받고, 이후 뇌사 판정과 이식 대상자 선정을 거쳐 장기를 적출·이식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고령화와 의료 기술 발달로 장기 이식 대기자는 2020년 4만3182명에서 2024년 5만4789명으로 26.9% 증가했다. 반면 뇌사 기증자는 같은 기간 478명에서 397명으로 16.9% 감소, 대기자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기증자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장기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식대기자가 이식을 받기까지 걸리는 평균 대기기간은 4년, 신장 이식의 경우 7년9개월이 소요되며,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도 매일 8.5명에 이른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기존 뇌사 기증뿐 아니라 '연명의료 중단자의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을 도입하기로 했다. 환자의 심장이 멈추고 혈액 순환이 완전히 정지해 사망한 이후 가족 등의 동의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며, 전체 장기 기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장기 기증 기준을 기존 뇌사자에서 심정지 환자로 확대하면 장기 기증이 늘어 그만큼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DCD는 연명의료 중단과 장기 기증을 모두 희망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증 가능자와 이식 대상자 선정 시점, 심장사 기준, 임종실과 수술실 연계, 가족 임종 면회 등 세부 지침은 물론 임종 직후의 수술 체계, 체외 관류기기와 같은 의료기기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장기가 아닌 피부·근막·연골·신경 등 인체조직의 수급 불균형 해소에도 나선다. 현재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는 연간 150명 내외에 불과해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복지부는 "주요 병원 조직은행이 운영난으로 폐업하면서 국내 인체조직 공급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홍보를 늘리고 수가 차등 적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병원 인체조직은행에 대한 지원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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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자의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해 현재 전국 462곳(시·군·구당 2곳)에 불과한 기증희망 등록기관은 2030년까지 904곳으로 확대한다. 건강보험공단과 주민센터, 도로교통공단 지사 등 공공기관까지 등록 창구를 넓혀 접근성을 높인다. 기증자와 유가족 예우도 강화해 주요 병원과 지자체에 '기억의 벽(기증자 현판)'을 설치하고, 추모행사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밖에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뇌사 추정자 발생 사실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즉시 통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증 상담과 장제 지원을 담당할 코디네이터 인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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