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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기차로 전기를 사고 판다"…제주의 '2035년 탄소중립' 도전,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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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력·풍력으로 해양 그린수소 생산
남는 재생에너지로 냉·난방 열 공급
·제주, 2035년 탄소중립 위해
현대차와 그린수소·분산에너지 제휴
V2G, 유연성 자원으로 역할 기대

지난 26일 제주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멀리 검은색과 붉은색 줄무늬가 있는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이 흔히 잠수함으로 착각하는 이 구조물의 정체는 아시아 최초의 5메가와트(㎿)급 해양 그린 수소 생산시설이다. 이곳에서는 파도의 힘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 후 그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든다.

[르포]"전기차로 전기를 사고 판다"…제주의 '2035년 탄소중립' 도전, 성공할까 제주시 한경면 앞바다에 있는 제주 파력발전 시험장의 모습. 제주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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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그린수소 생산 시설은 해안으로부터 1.2km 떨어져 있다. 육안으로는 작게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가로 10미터 세로 32m 높이 23m로 꽤 큼직하다. 바닷속 16m 깊이로 고정돼 있다. 이 안에는 250킬로와트(kW)급 발전시설과 제어실, 전기실이 갖추어져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10여개 기관과 기업은 지난 2022년부터 이곳에서 파력, 풍력 등 해양 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파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만 하고 있다. 파도가 주기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면 그 힘에 의해 발전기 내에 공기가 압축하고 압축된 공기가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르포]"전기차로 전기를 사고 판다"…제주의 '2035년 탄소중립' 도전, 성공할까 제주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P2H 시스템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제주도청.

향후에는 인근에 부유식 해상풍력까지 추가로 설치해 파력과 풍력을 동시에 이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임창혁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선임기술원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그린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도로 전기 만들고 재생에너지로 토마토 키워

이곳으로부터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한림읍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는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을 이용한 P2H(power to heat)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 등 8개 기관 및 기업은 이곳에서 남는 재생에너지와 히트펌프를 활용해 농업·축산·관광 시설에 냉열과 온열을 공급하는 실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


히트펌프란 공기열, 지열, 수열 등 자연의 열원을 이용해 냉매를 응축하거나 증발시켜 냉·난방에 필요한 열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히트펌프에 필요한 전기는 잉여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이렇게 하면 건물의 냉난방에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르포]"전기차로 전기를 사고 판다"…제주의 '2035년 탄소중립' 도전, 성공할까 제주시 한림읍 서부농협기술센터에 설치된 P2H 시스템. 제주도청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하 60m에 있는 지하수를 열원으로 하는 히트펌프를 개발했다. 지하수는 연중 15℃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히트펌프의 축열조에는 겨울에는 55℃, 여름에는 10℃의 물을 저장해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 이곳의 물은 바로 옆 토마토 재배 시설, 딸기 육묘장과 배관으로 연결돼 있어 온실을 차갑게 하거나 따뜻하게 만든다.


김영민 제주에너지공사 선임연구원은 "내년부터는 플러스DR 제도와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플러스DR은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일 때 전력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소비자가 전기 사용을 늘리면 보상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제주도내에는 서부농업기술센터 이외에, 친환경 계란을 생산하는 축산 농가인 애월아빠들, 한화리조트에서도 P2H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급탕 시스템에 P2H 기술을 도입한 한화리조트는 연간 60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했다고 한다.

전기차로 전기를 사고판다…현대차, 제주서 V2G 추진

지난해 5월 제주도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에너지 대전환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 탄소중립 목표인 2050년보다 15년 앞선 것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및 그린 수소 생산 확대,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제주도 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총발전량의 약 20%를 차지했다. 제주도는 이 비중을 2035년까지 7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30%의 발전원은 현재 가스화력발전소를 수소 전소 발전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올해 4월 14일에는 낮 4시간 동안 제주 지역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달성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부터 실시간 전력 시장을 도입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 제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해 150여차례 출력 제어가 있었지만 실시간 전력 시장을 도입한 이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포]"전기차로 전기를 사고 판다"…제주의 '2035년 탄소중립' 도전, 성공할까 (사진 왼쪽부터)신용한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사무총장이 26일 제주 국제컨벤션세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제주도청

변동성과 간헐성이 심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제주도가 공들이고 있는 것이 유연성 자원 확대다. 남는 재생에너지를 그린수소로 저장하거나 히트펌프에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영훈 도지사는 "도내 전기 사용량이 많은 호텔의 냉난방 시스템을 P2H로 전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서비스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하고 있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의 양방향 충전 기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가 넘칠 때 저렴하게 충전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는 전기차 소유주가 전기를 판매해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서비스다.

[르포]"전기차로 전기를 사고 판다"…제주의 '2035년 탄소중립' 도전, 성공할까 오영훈 제주도지사(사진 왼쪽)와 양희원 현대차그룹 R&D본부장(사장)이 25일 '그린 수소 및 분산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도청

이와 관련, 제주도는 지난 25~26일 열린 '2025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그린수소 및 분산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V2G 시범 서비스 및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 도지사는 "V2G를 통해 대단히 중요한 유연성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사무총장은 "전기차가 전기를 사고파는 프로슈머의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에너지와 모빌리티가 만나는 시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5년 8월 현재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풍력 418.97㎿, 태양광 614.46㎿, 기타 24.7㎿ 등 총 1058.13㎿를 기록했다.


제주도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3.3㎿ 용량의 그린 수소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지난해 29t의 그린수소를 생산했다. 현재 산업부와 함께 10.9㎿ 용량의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2035년까지 연간 6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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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에는 현재 버스 22대, 청소차 1대, 승용차 57대 등 80대의 수소차가 운행 중이다. 2030년까지 버스 300대, 승용차 954대, 청소차 50대, 트램 7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오영훈 지사는 "현재 ㎏당 1만5000원의 가격으로 수소를 판매하고 있는데 좀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이 된다면 수소차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수소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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