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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복수" vs "자업자득"…커크 암살에 美 정치 분열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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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특정 전부터 트럼프 "민주당 책임"
늘어나는 정치 폭력에 둔감해지는 美
美정부는 대책 마련 않고 지지자 결집 기회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청년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으로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미국 보수와 진보 간 분열이 심화하면서 폭력 사태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보다는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된다.


우익 단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이자 대표인 커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에서 그의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청중과 문답을 주고받던 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 미 수사당국은 커크 암살 용의자로 타일러 로빈슨을 체포해 그의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글로벌포커스]"복수" vs "자업자득"…커크 암살에 美 정치 분열 급물살 미 공화당 소속 애디슨 맥도웰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의 사무실에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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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커크는 누구인가

커크는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다. 2012년 18세 때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USA를 설립하고 진보적인 대학 캠퍼스에 보수 이념을 전파해 왔다. 팟캐스트와 케이블TV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재생산하고 보수 진영의 '문화 전쟁'에 앞장섰다. 이 과정에서 터닝포인트USA는 25만명이 넘는 학생 회원을 보유한 단체로 성장했다.


커크의 힘은 젊은 층에 친숙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능력과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거침없는 발언에서 나왔다.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끔찍한 사람"이라고 칭했으며, 흑인 인권 운동을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를 "쓰레기"라고 불렀다. 성 소수자 권리 옹호를 비판하고,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며 비백인 이민자들이 백인을 대체할 것이란 '위대한 대체 이론' 음모론을 퍼트렸다. 또 총기 권리를 옹호했으며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다. 트럼프식 막말을 젊은 층에 입맛에 맞게 가공한 그의 발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정치에 무관심하고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청년층을 대거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에 확정됐으나 공화당 주류에게 외면받던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먼저 지지한 세력 중 하나가 커크다. 2024년 대선에서도 젊은 백인 남성들의 표심을 대거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개인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백악관에 종종 방문하기도 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인인 커크의 죽음을 애도하며 조기 게양을 명령한 것을 통해 행정부 내에서 그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용의자 밝혀지기도 전 "커크 죽음은 진보 탓"

커크 암살로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이번 사태가 반성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 보수 세력들이 진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오히려 정치 폭력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총에 맞은 직후 커크를 애도하며 수사 당국이 용의자를 특정하기도 전에 급진 좌파 탓으로 돌렸다. 그는 용의자와 이를 지원하는 단체들을 찾아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3일엔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커크의 암살 이후 미국의 치유를 바란다면서도 "우리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 집단을 상대하고 있고, 그들은 결코 공정하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공화당의 낸시 메이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도 아직 용의자가 밝혀지기도 전인 10일 "오늘 일어난 일은 민주당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좌파를 향해 "살인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온건 우파 성향의 정치인들도 이번 사건을 정치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기 있는 젊은 보수 활동가 커크의 죽음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 세력에 대한 공격에 불을 지폈다"며 "그와 그의 행정부는 범인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이 순간을 이용해 좌파만을 더 광범위하게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우파 인사들은 커크에 대한 비판 발언을 '혐오 발언'으로 규정하고 보복 조치에 나섰다. MSNBC 정치평론가 매슈 다우드는 지난 10일 방송에서 커크의 죽음에 대해 '자업자득'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해고됐다.

[글로벌포커스]"복수" vs "자업자득"…커크 암살에 美 정치 분열 급물살

트럼프도 당했다…美 정치 폭력이 지지자 결집 기회로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 모두를 겨냥한 정치적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만 해도 2024년 7월 선거 유세 당시 오른쪽 귓불에 총을 맞았고, 9월엔 플로리다주 소재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암살 시도를 받았다.


이 외에도 작년 6월 미네소타 주의회 멜리사 호트먼 하원의원이 배우자와 괴한 총격에 사망했으며, 작년 9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선거 사무실에서 총격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올해 4월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의회 경찰(USCP)에 따르면 미국 의원에 대한 정치 폭력은 2017년 3939건에서 2024년 9474건으로 2.4배 급증했다.


정치 폭력이 늘어나며 시민들도 점차 둔감해지고 있다. 2021년부터 미국인의 정치 폭력에 대한 여론을 조사하는 시카고 안보·위협 프로젝트(CPST)에 따르면 지난 5월 민주당 지지자의 약 40%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제거하기 위한 무력 사용'에 지지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2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군 투입'에 지지한다고 했다. 이는 작년 가을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률에서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CPST를 이끄는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화약고와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 폭력에 대한 대처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이를 지지자 결집 기회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 커크의 사망과 용의자 체포 소식, 장례 일정 등을 발표하며 보수 진영을 묶고 정치적 파장을 키우려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거나 조롱하는 군인들을 추적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국무부는 폭력과 증오를 미화하는 외국인은 환영하지 않는다며 비자 발급을 막을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미국 진보 세력에 대한 탄압의 구실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규범, 법률, 심지어 헌법까지 우회하는 데 있어서 섣불리 움직인다"며 "이는 주요 도시의 병력 배치와 야당을 탄압하려는 시도를 가속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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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증가하는 정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윌리엄 브래니프 아메리칸대 공공행정대학원 양극화·극단주의 연구·혁신 연구소(PERIL) 이사는 안전벨트나 화재경보기 등에 투자해 사고 피해를 줄인 것처럼 정치 폭력 예방을 위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며 "연방 차원에서 지금처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가피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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