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다가온 '글로벌 최저한세' 신고기한
수출 대기업 200여곳 사정권
과세권 전쟁 불가피해져
태평양·세종·화우 등 대형로펌들
국제 조세전문가 영입 속도전
조세 자문·해외투자 구조 설계
중재 대응·세무조사 대응 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큰 기업들의 '글로벌 최저한세' 신고 기한이 내년 6월로 다가오면서, 대형 로펌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국제중재까지 갈 수 있는 복잡한 세무 리스크가 커지면서 '조세 전문 인력 모시기 경쟁'도 치열해졌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베트남 과세당국에만 4300억원의 글로벌 최저한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도 홍콩·폴란드 자회사를 중심으로 10억원의 글로벌최저한세를 추가로 책정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연간 글로벌 매출이 7억5000만 유로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저세율 국가에 법인을 세워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공조 하에 도입된 제도다. 재계에서는 200~300여 곳의 국내 기업이 이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2차전지, 철강, 화학 등 수출 주력산업 전반이 대상이 된다.
빅로펌 '국제조세通' 모시기
한국의 수출 대기업 200여 곳이 모두 글로벌 최저한세 사정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절세 전략과 법률자문 수요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로펌 입장에서도 조세사건은 수임료 규모가 크고, 자문·심판·소송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황금시장'이다. 국제조세 전문가 한 명을 영입하면 글로벌 조세자문, 해외 투자 구조 설계, 중재 대응, 대기업의 세무조사 대응까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달 초 국제조세 분야 권위자인 이경근 고문과 조민경 미국 뉴욕주 변호사를 새로 합류시켰다. 이 고문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정 과정에서 이전가격세제 초안을 직접 작성한 주역으로, 기재부 세제실 국제조세과장·법인세제과장을 거쳤다. 이후 율촌에서 국제조세·인수합병(M&A) 자문을 총괄했다. 조 변호사 역시 법무부 국제법무과에서 국제통상과 거래를 담당했던 실무형 전문가다. 태평양은 이에 앞서 임재현 전 관세청장도 고문으로 영입해 조세 라인업을 강화했다. 임재현 고문은 국세청 요직과 기재부 세제실장을 두루 거친 '정통 세제맨'으로 통한다.
법무법인 세종 역시 지난 1일 임성빈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고문으로 맞이하며 조세그룹 전열을 새로 짰다. 임성빈 고문은 32년간 국세청 조사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고, 청와대 경제비서관실·조세심판원·영국 국세청(HMRC) 파견 경험까지 갖춰 국제조세 전반에 정통하다. 세종은 동시에 '기업전략과 조세센터'를 출범시켰다. 초대 센터장은 이창희 전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국내 조세법 학계의 대표 주자로 꼽히며, 세종은 이를 통해 기업 세무 전략 자문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올 상반기 심재진 외국변호사, 류성현 변호사, 이환구 변호사를 파트너로 전격 영입하며 국제조세 역량을 보강했다. 심 변호사는 글로벌 로펌·회계법인에서 35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으로, PwC 뉴욕·모스크바, 아더앤더슨 LA·모스크바 등을 거쳐 율촌·광장에서 국제조세팀을 이끈 경험이 있다. 류 변호사는 국세청 사무관 출신으로 굵직한 조세소송에서 승소를 이끌었고, 아일랜드 법인 특허사용료 사건 등 대법원 판례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이 변호사 역시 국제조세와 금융조세 분야에서 다양한 실적을 쌓았다.
로펌 '세무 황금시장' 열린다
로펌업계에서는 미국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놓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갈등을 빚는 불확실성도 호재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세 무력화를 공언하며 자국 빅테크 기업을 방어하는 입장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미국 기업과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간 과세권 분쟁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유럽·아시아 각국은 디지털세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여서, 국경 간 과세 충돌이 잦아질 전망이다. 로펌 관계자는 "기업들이 분쟁 대비 차원에서 국제조세·국제중재 자문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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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조세뿐 아니라 국내 징세행정도 강화되는 흐름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비정기 세무조사 3095건을 벌여 3조3895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2023년보다 건수는 5.7% 늘고 부과세액은 무려 30.1% 급증한 수치다. 조세불복도 덩달아 늘었다. 조세심판원 접수 건수는 2020년 1만2795건에서 2023년 1만678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9811건이 접수돼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정부의 기업대상 세무조사가 강화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조세소송·심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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