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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교수 연봉, 학문의 시대적 가치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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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성과 고려 부족한 한국 현실
국가 경쟁력 위한 체계 개편 시급

[논단]교수 연봉, 학문의 시대적 가치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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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 교수 연봉 체계는 대체로 호봉제라는 일률적 기준에 의해 운영된다. 전공이나 학과와 관계없이, 그리고 개인의 연구 성과나 사회적 기여와 무관하게,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정해지는 구조다. 이러한 제도는 형평성 및 안정성이라는 명분 아래 유지되어 왔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경쟁 구도와 학문 환경을 고려할 때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과거의 안정은 점점 미래의 불안 요소가 된다.


경제의 기본 원리는 생산성과 기여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다. 특정 분야의 연구가 더 큰 사회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의 성장과 직결된다면, 그 분야 학자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미국과 영국, 주요 유럽 국가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제도에 오랜 기간 반영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공대 교수나 경제, 경영대 교수의 평균 연봉은 인문·사회계열 교수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영국 역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교수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후하다. 이는 단순히 특정 개인에게 더 많은 연봉 지급이 아니라 세계적 인재를 유치하고 혁신적 연구 성과를 촉진하기 위한 차선의 전략적 선택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과학, 바이오 기술처럼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도 교수 연봉이 국문학이나 역사학 등과 동일하다. 물론 인문학의 가치가 낮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만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대학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미 AI 인재 확보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는 경고는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연구자가 대학을 떠나 기업이나 해외로 향하는 현상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듣기에 좋은 슬로건을 내걸며 대학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의 간판을 늘리는 것으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질적 변화이며, 그 핵심에는 시대의 요구에 따른 학문적 상대적 중요성과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합리적 대우가 자리 잡아야 한다.

구조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국 대학 현장은 단지 늘어난 정원을 채우기 위해 교수들이 동남아시아 등지로 학생 모집 출장을 떠도는 모습으로 전락할 것이다. AI 등 특정 학과에 자원과 인재가 몰리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한국 대학이 이를 외면한다면 아무리 많은 대학을 양산해도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물론 학문의 중요성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열화하기는 쉽지 않다. 인문학·사회과학이 지닌 장기적·비시장적 가치는 계량화하기 어렵고, 민주사회에서 지식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런 난점을 이유로 현 체제를 고수하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AI, 반도체, 바이오 공학처럼 국가 전략산업과 직결된 분야는 예외 없이 우수 인재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여기서 뒤처질 경우 향후 수십 년간의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학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문제다.


대학은 지식과 인재의 보고이자 국가 경쟁력의 토대다. 따라서 교수 연봉 체계의 개편은 단순한 보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가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선택과 직결된다. 변화하는 세계에 맞게 과감히 구조를 혁신하지 않는 한, 한국 대학은 점점 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금 바로 불편하더라도 구조적 개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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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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