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사회의 탄생과 뇌의 피로' 주제 강연
"'도파민 중독'은 일상의 작은 기쁨을 무너뜨리고 성취나 인간관계가 주는 보람도 희미해지게 합니다.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도파민 사회의 탄생과 뇌의 피로’란 주제로 기조강연 하고 있다. 2025.9.3 강진형 기자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정 교수는 기조 강연을 맡아 '도파민 사회의 탄생과 뇌의 피로'를 주제로, 디지털 시대의 뇌과학적 과제를 진단하고 사회적 대안을 제시했다.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굿브레인 콘퍼런스는 올해 '도파민 사회의 치유: 중독의 시대, 회복을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정 교수는 "현대를 사는 우리는 도파민이 만들어내는 보상 회로 속에 살고 있다"며 "지속적인 자극이 뇌의 피로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먼저 뇌 과학이 밝힌 도파민의 역할을 짚었다. 도파민은 원래 생존과 성취를 돕는 '갈망의 신경전달물질'이다. 기대보다 큰 보상이 주어질 때 쾌감을 유발하고, 그 과정을 통해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지금은 알고리즘이 이 회로를 '갈망의 무한 루프'로 설계해 인간을 지치게 만든다. 정 교수는 이를 '도파민 하이(high)'라 부르며, 중독이 심해질수록 일상의 기쁨은 퇴색하고 무기력감은 심화된다고 설명했다. "중독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스마트폰과 PC, 태블릿을 합쳐 평균적으로 하루 6시간 이상 스크린을 보는 현실을 지적했다. "발광체를 10㎝ 앞에 두고 몇 시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인간의 뇌와 눈에 치명적"이라며 "우리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틱톡·유튜브 쇼츠와 같은 숏폼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도파민 회로를 자극해 중독적 사용을 부추긴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5 굿브레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도파민 사회의 탄생과 뇌의 피로’란 주제로 기조강연 하고 있다. 2025.9.3 강진형 기자
강연의 또 다른 핵심은 '비교 사회'였다. 과거 청소년은 또래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아를 형성했지만, 이제는 인스타그램 속 전 세계의 가장 잘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나는 왜 저런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울과 불안을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청소년 우울증, 자살 시도, 자해 사례가 급증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추세가 관찰된다. 정 교수는 "특히 여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 더 취약하다"며 "자존감 저하와 정신건강 악화는 미래 세대의 동기를 송두리째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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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으로는 디지털 디톡스(해독)와 아날로그 경험이 제시됐다. 정 교수는 최근 카이스트 연구소에서 3일간 스마트폰을 끊는 실험을 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첫날은 불안했지만, 3일 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 후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년기에 놀이터와 같은 물리적 경험을 복원하고,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면 스마트폰 대신 기능이 제한된 피처폰으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소셜미디어 계정 생성 가능 연령을 현재 13세에서 16세로 높여야 한다"며 "이는 아직 자제력과 전전두엽 기능이 미성숙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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