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남산길 산책]글로벌 잘파(Zα)세대를 묶는 K의 힘

시계아이콘01분 32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남산길 산책]글로벌 잘파(Zα)세대를 묶는 K의 힘
AD

넷플릭스에 올라온 1999년작 '청춘의 덫'을 열어본다. 자막도 없고, 화질도 선명하지 않다. 지금 시대 가치관과 맞지 않는 상황과 대사가 신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이 붙잡힌다. 방영 당시 53.1%의 기록적 시청률을 기록했던 화제의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모여 앉던 시절, 그때의 서울 거리와 유행, 배우들의 억양과 몸짓으로 젊은 시절의 내 기억이 소환되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은 힘이 세다. 콘텐츠에 대한 기억은 더욱 그러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레미니슨스 범프(reminiscence bump)'처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에 각인된 문화 경험은 평생의 취향 버튼이 된다. 젊은 시절 좋아하던 노래 한 소절, 감동적인 영화의 장면들은 평생의 기억 회로에 남는다. 콘텐츠 속에 담긴 '감수성'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 같은 시대를 통과했다는 연대감으로, 콘텐츠가 그 세대의 공동 기억이 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적 연결감을 형성한다. 이것이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이제 그 감수성의 회로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10~20대 초중반, Z세대 혹은 Z-α세대 경계의 잘파(Zα)세대가 그 중심에 있다. 26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글로벌 리서치업체 입소스의 2024년 보고서는 Z세대를 "국경 안 다른 세대보다, 국경 밖 같은 세대와 더 많이 닮은, 아마도 최초의 진정한 글로벌 세대"로 규정한다. 동일한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 환경 속에서 글로벌 Z세대의 가치관이나 취향이 유사해지고, 그 결과 공통의 감수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콘텐츠를 짧게, 함께, 몸으로 즐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2025년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보고서에서 '미국 Z세대는 전체 이용자 평균 대비 하루에 약 50분 더 많이 소셜 플랫폼과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본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주요 창구가 소셜 매체로 이동하면서 콘텐츠는 짧고, 즉각적이며, 소통 중심으로 재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국내 Z세대 콘텐츠 이용 행태 조사 결과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현실적인 스토리 위에 판타지 요소를 얹은 서사를 선호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견주어 보기 원하며,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짧은 콘텐츠 선호 경향을 보이는 이들의 이용 특징이 뚜렷하다.


넷플릭스 영어권 장편 역대 시청 1위를 기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무엇보다 '잘파세대' 친화적이다. K팝의 코어 팬덤을 기반으로, 감정적이고 강한 기억을 유발해 추억 버튼으로 가장 힘을 발휘하는 음악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결합했다. 또한, 이 세대의 특징인 커뮤니티를 통한 참여와 소통에 최적화돼 있다. 정체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에 공명하는 성장 서사와 동서양 문화의 하이브리드, 소셜 매체에 최적화된 밈과 챌린지, 극장에 모여 함께 부르는 떼창, 다양한 굿즈와 관광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르는 경험 확장 구조는 잘파세대의 콘텐츠 이용 패턴과 정확히 맞물린다. 부모 세대인 밀레니얼과 함께 즐기며 가족의 추억도 만들고 있다. 케데헌은 아마도 글로벌 잘파세대가 성장하는 과정에 공통된 추억 버튼이 될 것이다.


케데헌이 K콘텐츠인가라는 논란은 여기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그 다음이다. 글로벌 잘파세대 일상에 새겨진 'K' 버튼의 회로를 어떻게 확장 시킬 것인가. 이제, 우리 몫이다.


AD

송 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