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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공학' 지구를 살리는 '마법'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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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다큐멘터리 속 상상에 불과했던 '지구공학'이 이제는 현실에서 과학과 정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구공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와 해양, 빙하 등 지구 시스템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기후를 조절하려는 대규모 기술적 시도다.

우주에서 태양 빛을 반사하거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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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극복 위한 마지막 카드 vs. 잘못 사용하면 새로운 위기
"과학적 점검, 국제적 거버넌스, 윤리적 논의 동시 진행돼야"

영화와 다큐멘터리 속 상상에 불과했던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 이제는 현실에서 과학과 정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구공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와 해양, 빙하 등 지구 시스템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기후를 조절하려는 대규모 기술적 시도다. 우주에서 태양 빛을 반사하거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인간이 지구 전체를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보고 직접 개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술철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과학을읽다]'지구공학' 지구를 살리는 '마법'이 될 수 있을까? 지구공학을 다룬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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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능의 기술' vs. '행성 설계 기술'

이 개념은 처음부터 과학기술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영화와 소설 등에서 반복된 '행성을 설계한다'는 상상력이 중요한 배경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설국열차>(2013)는 성층권에 냉각제를 살포했다가 지구가 빙하기에 빠져 인류가 멸망 위기에 놓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딘 데블린 감독의 <지오스톰>(2017)은 인공위성 네트워크로 지구 기후를 조정하려는 시도가 오작동과 정치적 악용으로 대재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처럼 지구공학은 대중문화 속에서 종종 '통제 불능의 기술'로 묘사돼 왔다.


그러나 좀 더 과학적 기반을 갖춘 작품들도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마스>(2016)는 실제 과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화성을 개조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마션>(2015)도 마찬가지다. 화성의 대기를 바꾸고, 박테리아와 식물을 활용해 생태계를 조성하는 발상은 허황된 공상이 아니라, 수십 년간 과학계가 진지하게 검토해 온 '테라포밍(행성 개조)' 구상과 맞닿아 있다.


성층권 핵폭발로 지구 기후를 바꾼다고?

19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의 극지방에 거대한 반사판을 설치하거나 특정 미생물을 살포해 대기를 변화시키는 계획을 연구하기도 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성층권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지구 기후를 바꾸는 과격한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학을읽다]'지구공학' 지구를 살리는 '마법'이 될 수 있을까?

냉전기 미국과 소련은 실제로 기상 조작 실험을 시도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포페이(Popeye) 작전'에서 인공강우를 유도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려 했고, 이런 시도는 결국 1977년 '환경변화 군사적 이용 금지 협약(ENMOD)' 체결로 이어졌다.


1980년대 학계에는 '핵겨울(Nuclear Winter)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대규모 핵전쟁 뒤 발생한 먼지와 연기가 태양광을 가려 지구 온도를 급격히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도 지구 환경의 인위적 변화는 현실성 있는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류가 기후 시스템의 인위적 조작에 얼마나 민감하고,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론 벗어나 직접 실험 진행하는 정부와 기업

비록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지구를 시스템으로 보고 설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과학계에 잠재해 있었다. 지구공학은 이런 역사적 맥락 위에서 기후 위기에 직면한 21세기에 다시 급부상한 것이다.


오늘날 지구공학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니다. 직접 실험이 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 첨단연구 및 발명국(ARIA)은 2025년부터 '기후 냉각 실험(Exploring Climate Cooling)'을 진행하고 있다.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주입하거나, 해양 위에 소금 입자를 살포해 구름을 밝게 만드는 기술, 북극 해빙 위에 반사율이 높은 입자를 뿌려 빙하 녹는 속도를 늦추는 방법 등이 포함된 이 실험에는 총 5680만 파운드(약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구의 시스템을 실제로 만지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ARIA의 실험은 모델링이나 실내 실험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소규모로, 제한된 기간, 원상 복구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지구공학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전면적인 기술 적용보다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연구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을읽다]'지구공학' 지구를 살리는 '마법'이 될 수 있을까?

연간 탄소 수십억t 제거…탄소배출권 거래로 수익 창출?

민간 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이쿼틱(Equatic)과 캐나다의 플래니터리 테크날러지스(Planetary Technologies)는 해수에 알칼리 물질을 투입해 바다 산성화를 완화하고, 동시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이른바 해양 알칼리도 강화(OAE) 시험도 진행 중이다.


미국 기업 베스타(Vesta)는 '프로젝트 베스타(Project Vesta)를 통해 광물 올리빈을 잘게 부숴 해변에 뿌려 파도와 반응시켜 이산화탄소를 바닷물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이들은 연간 수십억t 단위의 탄소 제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지구공학 기술로 꼽히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은 이산화황 같은 입자를 성층권에 살포해 햇빛을 일부 반사하는 방식이다. 이는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출 당시 전 지구 기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사례에서 착안한 것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반사판 배치, 비용·생태계 파괴 우려
[과학을읽다]'지구공학' 지구를 살리는 '마법'이 될 수 있을까?

태양 복사 관리(SRM)라는 큰 범주 아래에서 구상되는 다양한 기술에는 우주 궤도에 거대한 반사판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미국 천문학자 로저 앤젤은 2006년 태양과 지구 사이 라그랑주 지점에 수십 조 개의 얇은 반사판을 배치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사막이나 해양 위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해 햇빛을 되돌리자는 아이디어도 꾸준히 제안됐다. 그러나 수천조 원에 달하는 비용과 생태계 파괴 우려로 실행은 요원하다.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도 활발히 논의된다. 대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직접공기포집(DAC), 해양에 철분을 살포해 플랑크톤을 증식시키는 해양 비옥화(Ocean Fertilization)도 주요 기술에 포함된다. 실제로 2012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역에서 황산철 100t을 살포하는 민간 실험이 진행됐다. 플랑크톤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산소가 고갈돼 해양의 '데드존'을 만들고 먹이사슬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기술적 가능성이 확인되었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드러난 사례였다.


지구공학의 활용처가 기후 위기 대응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황산화물·질소산화물 감축, 해양 순환 제어, 대기 정화 같은 아이디어도 꾸준히 제시돼 왔다.


국제 분쟁 가능성, 도덕적 해이 위험
[과학을읽다]'지구공학' 지구를 살리는 '마법'이 될 수 있을까?

지구공학 기술의 효과와 위험은 동시에 존재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공학이 단기간 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지만, 강수 패턴을 불균형적으로 변화시켜 가뭄과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기술을 시행할 경우 다른 국가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이 효과적일수록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늦추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또한 일단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운 '기술 록인(lock-in)' 문제도 우려된다. 자금 부족이나 정치적 이유로 기술을 멈출 경우,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


김진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지역 간 불균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기후모델 자체가 불확실성을 갖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면서 "과학적 가능성과 함께 국제적 거버넌스와 윤리적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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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공학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잘못 사용하면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고 사용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지구를 기술로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 인류를 구원할지, 재앙으로 이끌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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