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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X년'은 욕설 아닌 투쟁의 상징"[라임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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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1970~80년대 여배우 어려움 담아
성우 고은정 목소리 재현…시대적 보편성 그려
"자기 자리 지키며 목소리 낸다면 변화 가능"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속 정희란(이하늬)은 1970년대 최고 스타다. 스크린에서 노출 연기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980년에는 그런 연기를 멀리하려 한다. 그러나 제작사와의 계약에 묶여 또 한 번 노출 연기를 강요받는다. 거절한 에로영화 '애마부인'에 조연으로라도 출연해야 한다.


이하늬 "'X년'은 욕설 아닌 투쟁의 상징"[라임라이트] 넷플릭스 '애마'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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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정희란을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데뷔 초 이전 세대 여배우들로부터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많이 들었다. 전사(前史)를 구상하며 유추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1970년대를 주름잡은 정희란은 당시 한국영화의 간판 장르였던 호스티스 영화를 거쳐온 배우라고 할 수 있다. 호스티스 영화는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성인물 장르로, 이후 에로영화의 원조에 해당한다. '별들의 고향(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여자들만 사는 거리(1976)', '내가 버린 여자(1977)' 등이 대표작이다.


주로 밑바닥 삶을 떠돌다 어쩔 수 없는 여건 때문에 매춘녀로 전락하는 비극적 여주인공들을 다뤘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으로 설정됐으나 성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지는 않았다. 당시의 엄격한 검열 때문에 신체 노출이나 성 표현도 매우 한정됐다.


이하늬 "'X년'은 욕설 아닌 투쟁의 상징"[라임라이트] 넷플릭스 '애마' 스틸 컷

반면 1980년대 에로영화는 영화의 수용 기제와 기능, 본질의 차원에서 포르노그래피와 다르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과 맞물려 대중의 관심을 정치적 현실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역할을 했다. 여주인공도 급격한 산업화의 이면을 보여주던 밑바닥 출신에서 욕망에 빠진 중산층 유부녀로 바뀌었다. 이런 맥락에서 정희란이 "그만 벗고 싶다"고 토로하는 장면의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이하늬는 "과거 여배우들이 소모품으로 취급받은 현실이 안타깝다"며 "미처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얼마나 더 많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X년'이라는 욕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희란의 대사 중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 단어를 통해 당시 여배우들의 절망과 분노를 표현하려 했다.


정희란이 '애마부인' 주연을 맡은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린)에게 조언하는 장면에서 이런 의도는 잘 드러난다. "이 영화는 속절없이 흥행할 거야. 네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을 거야. 더 이 악물고 X년 해. 그래야 버텨."


이하늬 "'X년'은 욕설 아닌 투쟁의 상징"[라임라이트] 넷플릭스 '애마' 스틸 컷

이하늬는 "'X년'이라고 말하는 건 투쟁하는 사람이 돼 달라는 뜻"이라며 "1980년대의 폭력적 현실에 맞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이 한 단어로 응축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도는 1970~80년대 여배우들의 목소리 재현을 통해 효과를 발휘한다. 당시 김지미, 윤정희, 엄앵란, 문희, 남정임 등 주요 여배우들의 목소리는 모두 성우 고은정이 더빙했다. 이하늬는 고은정의 특유한 발성과 억양을 세심하게 따라 해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상을 상징적으로 구현했다.


사실 이런 연기 방식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시대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대신 개별 캐릭터의 고유한 개성은 다소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희란의 구체적인 내적 세계보다 '80년대 여배우'라는 집단적 정체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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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X년'은 욕설 아닌 투쟁의 상징"[라임라이트] 넷플릭스 '애마' 스틸 컷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크다. 무엇보다 상징적 접근을 통해 시청자와의 공감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이하늬는 "투쟁적 삶이 크든 작든 내 자리를 지키겠다는 단단한 결심으로 전달되길 바랐다"며 "여전히 우리 주위에선 투쟁해야 할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여배우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분에게 필요한 희망이 아닐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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