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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공익과 주주 사이의 불편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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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대 실적 속 투자 확대 요구
균형 잡힌 운영 뒷받침할 제도 시급

[논단]공익과 주주 사이의 불편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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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를 비롯한 4대 금융그룹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이 무려 10조 3천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즐거운 표정만을 짓고 있기는 어렵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수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물론 대통령의 지적은 지극히 원론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금융권 협회장들을 소집했고 금융사들이 앞으로 조성될 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100조 원 규모 펀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이런 상황을 금융사의 주주들, 그리고 이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주주의 입장으로 보면 수익이 늘고 그래서 주가가 뛰면서 배당도 확대된다면 이유가 어떻든 이는 환영할 일이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은행은 기본적으로 자금의 중개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곳이다. 마침 개정된 상법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까지 명문화했다.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와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중대한 진전이다. 그러나 주주 이익과 공익이나 국가 정책이 충돌할 때의 문제가 남아있다.


개정된 상법의 취지대로라면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면 이사회는 정부의 요구나 압력을 거부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과 주주 이익의 충돌은 당장 장기 연체 채권 소각을 위한 기금 분담 문제에서도 발생한다. 정부는 필요한 기금 8천억 원 가운데 절반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분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 출연 요구는 이사의 법적 의무와 충돌할 수 있다. 은행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상장 공기업도 같은 문제가 있다. 한국전력은 주주 권리 강화가 공공요금 인상 압박과 정부와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공익과 주주의 이익이 상충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공익적 요구가 법적 의무와 충돌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은 사회적 책임과 주주 이익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주주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과도 가능하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옳다. 전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을 오로지 공기업의 수익성만 보며 결정할 수는 없다.


한국전력의 경우는 너무 지나쳐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지만, 공기업은 때때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은행도 기업으로서는 수익률 제고에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공적인 기구로서 금융시장 안정의 책임을 일정한 부분 감당해야 한다. 은행의 기금 출연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주주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고 당연히 주주환원은 확대되어야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아예 무시하고 주주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는 없다.


우선은 법적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공적인 책임의 수행이 주주의 이익을 배반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의무를 다하는 것이어야 한다. 경영 판단의 원칙부터 명문화가 필요하겠다. 이사가 기업 경영 과정에서 내린 결정이 선의와 합리적 판단에 기반했다면 법적 책임은 면제되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공적인 요구는 제한적이어야 하고 규정에 근거해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이뤄져야 한다.


기업 여신을 늘리려면 이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제도부터 고치는 것이 순서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없이 공기업이나 은행이 알아서 정부의 요구에 발을 맞추는 것은 바뀐 상법에 부합하는 방식이 아니다. 개정된 상법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가 일하는 방식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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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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