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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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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퇴근을 묻는 다정한 질문
서로를 비추는 내일에 대한 이야기들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퇴근길. 늦은 오후지만, 한여름의 열기는 여전히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친 얼굴로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들 사이,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손글씨로 적은 팻말을 들고 절절하게 외치고 있고, 또 다른 이는 천막 안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들의 퇴근은 과연 언제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흐릿해진 시야로 사람들에 떠밀려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빵 굽는 타자기]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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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는 우리가 매일 마주치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이들의 삶과 일상을 깊이 들여다본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느새 우리의 기억과 시선에서 멀어졌다. 뉴스로 접하는 노동 현장은 숫자와 통계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이 책은 그들이 직접 써 내려간 생생하고 진솔한 언어를 통해, 우리와 그들의 삶이 하나의 광장에서 마주하게 만든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증언하고 기록하다'는 이름 없이 묻혔던 삶과 고통의 진실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기억, 한국 땅에서 고국의 비극을 지켜보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이야기, 오염된 바다 앞에 선 제주 해녀의 고통까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고통을 겪은 이들은, 기록과 증언의 힘을 믿으며 용기를 냈다.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는 무관심 속에 있던 우리의 시선을 붙잡으며, 살아 있는 목소리가 얼마나 강력한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깊이 보여준다.


2부 '견디고 움직이다'는 노동 현장의 부당함과 고단함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셔틀버스 기사, 간호사, 홈리스 상담 활동가, 호텔 룸메이드 등 사회적 보호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묵묵히 제 몫을 다해온 모습이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쓴웃음으로 그려진다. 숫자나 통계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노동의 현실을 체감하게 만든다.


3부 '맞서고 고발하다'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맞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기록이다. 장애인 인권운동가, 지역아동센터장, 난민 출신 기자, 사회복지사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문제에 정면으로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는 작은 외침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큰 울림이 된다.


4부 '연결하고 돌보다'는 서로를 돌보고 감싸는 따뜻한 연대의 기록이다. 대안학교 교사, 독서지도사, 협동조합 활동가 등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혼자가 아닌 '함께'의 힘으로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깊은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는 겉으로는 가벼운 인사처럼 들리지만, 타인의 삶을 향한 다정한 시선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따뜻한 시선은 우리가 바라보는 사회의 풍경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강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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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6411의 목소리|창비|316쪽|2만원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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