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항아리' 케이옥션 경매서 9억 낙찰
서울옥션, 낙찰률 71%, 올해 최고 기록
그럼에도 하반기 전망 밝지 않아
통상 키아프·프리즈 이후 침체 국면
7년 호황설도 예측 어려워
"바닥 찍었다고 보지만...언제 오를지 몰라"
한국 추상미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김환기 작가의 회화 '항아리'(1958)가 9억원에 낙찰됐다. 23일 오후 신사동 케이옥션 7월 경매에 오른 해당 작품이 몇 번의 호가 끝에 최종 낙찰되자 현장에선 박수가 터졌다. 침체된 경매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반가운 낙찰 소식에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경매에서는 박서보(4억1000만원), 윤형근(2억3000만원) 등의 고가 작품들도 새로운 주인을 찾았고, 수천만원대 작품들 역시 치열한 호가 경쟁이 벌어졌다.
하루 전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낙찰률 71%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우환의 'Dialogue'(6억7000만원),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4억5000만원), 유영국의 '황혼'(4억원) 등을 포함해 총 거래액은 33억3600만원에 달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이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도 "통상 프리즈·키아프 이후에는 경매 시장이 다소 침체되는 경향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올해 미술 경매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술 경매 시장 총 거래액은 572억원으로, 전년 동기(917억원) 대비 37.6% 감소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2023년(811억원), 2022년(1446억원), 2021년(1438억원)과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경매업계에서 회자되던 이른바 '7년 호황설'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기점으로 흐름이 깨지며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021~2022년 예상보다 빠르게 호황이 찾아오면서, 7년 주기의 순환 패턴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년마다 미술 경기가 반등한다는 이 가설은 통계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경험적 분석을 토대로 시장 대응 전략의 지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순환 주기의 유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팬데믹 직후인 2021년, 미술 경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거래액이 3384억원까지 급증했다. 부동산 규제 강화로 자산 이동이 발생했고, 미술품이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일반 소비자들의 유입이 이어졌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한 빅뱅의 탑(T.O.P), BTS의 RM 등 유명 컬렉터들의 활동과 '온라인 뷰잉룸' 등 비대면 거래 환경의 확산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그러나 2022년(2345억원)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2023년에는 거래액이 1000억원대로 감소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5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1년에는 유행을 좇는 투자 성향의 초보 컬렉터들이 다수 유입돼 작품성보다 트렌드 중심의 거래가 활발했다"며 "현재는 매수세가 크게 줄면서 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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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도 밝지 않다. 통상적으로 9월 초 열리는 키아프와 프리즈 이후에는 미술 시장이 다시 한 번 침체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업계의 또 다른 인사는 "코로나 호황 이후 이어진 침체가 이제 저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에 반등하길 기대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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