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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인가 압박인가"…李정부가 마주한 '한미동맹 청구서'[한반도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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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한미동맹 필요성 만큼 투자 확대 부담
美 GDP 5% 수준 국방비 대폭 인상 요구
주한미군 역할 조정론, 감축론 대두도 변수

편집자주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통일의 대상이던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절연을 준비하고 있다. 혈맹인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우리에게 경제·안보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요동치는 정세 속에서 대미외교, 대북정책의 돌파구를 동시에 찾아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출범했다. 1945년 이후 분단·전쟁·냉전(1.0), 1990년대 이후 화해·갈등의 교차(2.0)를 넘어 이재명 정부가 나아갈 '한반도 3.0 전략'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현대화인가 압박인가"…李정부가 마주한 '한미동맹 청구서'[한반도3.0] 지난 3월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E1전차가 180m 길이의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 2025년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국군 5·7공병여단과 미2사단, 한미연합사단 등 총 600여 명의 장병이 참가했다. 2025.03.20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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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 '한미동맹 현대화'는 일종의 청구서와 다름없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으로 남북관계는 분단 80년 만에 가장 급진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새 정부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설정한 북한 군사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對)중국 견제 및 자국 방위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 등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동맹 현대화'에 부응해야 하는 처지다.


李 당선 직후 "동맹 현대화" 청구서 내세운 美

"미국과 한국은 상호방위조약, 공유하는 가치, 그리고 깊은 경제적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동맹에 대한 철통같은 헌신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또 오늘날 전략적 환경 수요를 맞추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내놓은 논평의 일부다. 새 대통령 당선·취임을 축하하고 동맹의 강화·발전을 거론했던 과거 논평과 달리, 루비오 장관의 이번 논평에는 '동맹의 현대화'라는 단어가 이목을 끌었다.


외교가에선 루비오 장관을 비롯한 최근 미 당국자들의 '동맹 현대화'란 표현이 사실상 우리 측의 안보 비용 부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 아래 전 세계 동맹국에 역내 안보를 위한 군사적 역할·경제적 부담을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방비 대폭 인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유럽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기준 한국 국방비는 약 61조원으로 GDP 대비 2.3% 수준이다. 현 국방비 대비 2배 이상을 국방비 혹은 그에 준하는 예산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놓은 청구서 중 하나다. 이 비용이 국방비 인상 요구에 포함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내각회의에서 "주한미군 4만5000명(실제로는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한국은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9000억원)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른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1조5192억원)의 9배에 달한다.


"현대화인가 압박인가"…李정부가 마주한 '한미동맹 청구서'[한반도3.0]

對 중국 견제에도 동참 요구…주한미군 역할 조정론도 대두

한미동맹 현대화 요구는 비단 국방비 증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한 우리 군의 동참 등도 미국 측이 구상하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일부로 분류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국방부에 배포한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는 미국이 군사적 역량을 중국 대응에 집중하는 한편, 북한·러시아 등에 대한 억제 역할은 한국·일본·유럽 등 역내 동맹국들이 맡도록 조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조야에선 벌써 주한미군 감축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역할이 대(對)중국 견제로 조정돼야 하는 만큼 한국에 대규모 지상군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2만8500명)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수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은 진행형이다.


당장 헤그세스 장관의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 전 고문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을 약 1만명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대만 등 한반도 외 역내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리 측의 반대로 주한미군 전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된 근거다.


하지만 이런 미국 측의 요구는 우리 측으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건이다. 우선 주한미군의 역할이 기존 북한 견제·방어에서 중국 견제로 조정될 경우, 우리로선 별다른 수단 없이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을 직접적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


북한은 두 국가 선언을 전후로 군사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핵·미사일 전력이 대표적이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핵안보실장이 지난 17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핵무기 총량은 127~150발로 추정되며, 5년 뒤인 2030년엔 201~243발, 15년 뒤인 2040년엔 344~429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공언한 대로 '기하급수적인'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군과 비교해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는 재래식 전력도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1만5000명을 파병하면서 얻은 경제적·기술적 보상을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집중하면서다. KIDA에선 북한이 러·우 전쟁을 통해 창출한 경제효과가 약 28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중·러 간 전략적 연대가 강화되는 가운데, 우리가 중국 견제에 무게추를 둘 경우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혈맹'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등 전략적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화인가 압박인가"…李정부가 마주한 '한미동맹 청구서'[한반도3.0]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작권 전환론도 수면위로…전문가 "우선순위 정해 대응해야"

일각에선 미 측의 한미동맹 현대화 요구와 관련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일종의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나 국방비를 인상하는 대신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거나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우리 원자력 기술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자는 구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미군의 해외 주둔에 부정적인 만큼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이 감수해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 전작권 조기 전환론의 맹점이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최 정책 세미나에서 전작권 전환 시 미래 한국군이 연합작전을 주도하기 위해 소요될 예산이 34조99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는 올해 한국 국방예산의 약 60%에 이르는 수치다.


이 외에 주한미군이 전작권을 유지하면서 얻는 대북 억지력, 핵 억지력 등 무형의 효과 역시 적지 않다는 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 역시 지난달 9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은 어렵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내어줄 것은 일정 부분 내어주고, 지킬 것은 확실히 지켜나가면서 한미동맹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처럼 미국으로부터 안보·경제적 이익을 모두 확보하는 것은 어려워진 상황이 된 만큼, 우리 기준에서 지켜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관세 협상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유럽·일본·중국 등 경쟁국 대비 상대적인 우위를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국방비 증액도 예컨대 군(軍) 공항 이전 관련 예산을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도 일부는 수용하되, (주한미군) 지상군이 계속해서 한국에 주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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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도 "미 측의 요구는 주한미군을 미국 의도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배치하는 등 전략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과 유사시엔 (대만 등지에서) 한국군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두 측면"이라면서 "한국 안보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요구는 일부 수용할 필요가 있으나, 유사시 우리 군의 역할 확대는 최후의 과제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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