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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트럼프의 미친 관세와 거래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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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자극 협상 우위 노리는 美
지정학적 관세율, 韓 경쟁력 불변
중·장기전 대비 유연한 손익 전략을

[논단]트럼프의 미친 관세와 거래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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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먹구름이 온 나라를 덮칠 듯 다가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라는 서한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냈다.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과 대응법을 짚어봤다.


트럼프는 저서 '거래의 기술'(1987년)에서 "사람은 거칠게 나갈 필요가 있을 때 가끔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섯 번째 기술로 '지렛대의 활용'을 조언했다. 그는 지금 자기 책대로 움직인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광인(狂人)처럼 터무니없는 관세를 거칠게 통보하고 상대국의 공포심을 지렛대로 활용한다.


이미 한번 효과를 봤다. 트럼프는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양복 없냐?"라고 젤렌스키의 군복 차림을 비웃고 "무례하다"라고 쏘아붙이더니 러시아와 휴전할 듯 겁박했다. 젤렌스키는 결국 트럼프가 원한 '미국·우크라이나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최근 백악관은 각국에 보낸 관세 서한을 죄다 SNS에 공개했다. 이 역시 상대국의 공포를 극대화해 상대국의 양보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4월 각국에 관세를 통보한 후 7월까지 10% 임시 관세를 적용했다. 앞으로 그가 유예기간을 무한정 늘리거나 관세율을 대폭 낮추리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의 블러핑(허세)'론이다. 그러나 이 미국 대통령이 피노키오, 양치기 소년과 함께 자신을 인류사에 남을 허풍쟁이로 기록할 작정이 아니라면, 이번 사안을 없었던 일로 끝낼 것 같진 않다. 8월이 다가올수록 블러핑이라는 반론은 약해지고 공포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관세율 수치는 '미국 관점의 지정학'을 반영한다. '대서양 건너 친족'인 영국엔 10%만 '살짝' 줬다. 반면, 유럽연합에 30%를, 이웃 멕시코에 30%를 부과했다. 일본은 4월 24%를 받은 뒤 미국과 성실히 협상했으나 7월 25%로 오르자 '멘붕'이 됐다. 온순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깔보는데 참을 수 있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관세 인상 명분은 무역 불균형인데, 대미 흑자국 9위 캐나다엔 35%를 때렸지만 6위 한국엔 25%(4월, 7월)를 유지했다. 이번 관세 폭탄이 재앙이긴 해도 한국을 더 괴롭힌 건 아니다.


주요국의 대미수출 관세율이 평등하게(?) 폭등했으니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그대로다. 경쟁국인 중국에 부과된 관세율이 훨씬 높은 건 유리해진 점이다. 그러니 한국은 '일본 등 주요국과 비슷한 최종 관세율을 받는' 현실적 목표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대미 흑자가 많지 않은 나라에 트럼프가 책정한 평균 관세율은 15~20%다. 협상을 잘해도 5~10% 낮추기 쉽지 않다.


나아가, 관세율을 낮추려면 쇠고기, 쌀, 사과, 자동차, 빅테크, 알래스카, 방위비 등에서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 주고받기의 손익계산이 반도체 회로만큼 복잡하다. 중·장기전도 생각해둬야 한다. 폭등한 관세가 미국 내 제조원가·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한국은 관세율을 낮춰야겠지만,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여당 고위인사) 식의 감정적 대응은 곤란하다. 협상에 너무 절박하게 임하는 것 역시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같은 안보 문제까지 들고나오는 우를 범한다. 대신,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를 조금 헤아리는 유연함은 필요하다. '거래의 기술'에서 트럼프는 "거래를 즐기면 거래에 성공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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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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