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언성 높여 3차례 말 뱉었다고 이웃 평온 해한다고 단정 어려워"
심야에 아파트 이웃집 근처의 복도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세 차례 고성을 지른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에서 정한 '인근 소란'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웃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상당한 소란'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명확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윤웅기 부장판사)는 6월 10일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벌금 1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24노1274).
[사실관계]
A씨는 2023년 10월 31일 오전 2시 45분경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복도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남자와 동거를 하고, 행실이 부도덕하다"며 세 번 소리를 질러 경범죄 처벌법을 어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1호는 '인근 소란 등' 행위에 대해 '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A씨가 소리를 지르기 전인 사건 발생일 오전 2시 11분경 피해자 B씨는 A씨가 새벽 내내 화장실 물소리 등 층간소음을 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씨의 집에 방문해 욕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A씨가 소리를 크게 지르며 강하게 거부하자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후 B씨는 '윗집에서 소음이 지속된다'며 재차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관에게 "A씨가 오전 2시 45분경 자신의 집 근처에서 'B씨가 경찰과 짜고 자신(A씨)을 괴롭힌다.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는 남자와 동거하며 행실이 부도덕하다'는 비방과 욕설을 하며 5분 간격으로 3차례 고성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법원 판단]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경범죄 처벌법 제2조 남용금지 규정의 취지 및 같은 법 제3조 제1항 제21호에 규정된 다른 유형의 소란 행위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큰 소리로 떠들어 이웃을 시끄럽게 한' 경우는 단순히 큰 소리로 한두 마디 내뱉은 정도를 넘어 이웃의 일상생활에 평온을 해할 정도로 지장을 주는 등 상당한 정도의 소란을 발생케 한 경우를 지칭하고,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법익간의 비교 교량을 통하여 사안별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가 자신의 아랫집에 거주하는 피해자의 층간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소음원으로 추정되는 욕실 확인을 요청받아 이를 거부하고 경찰관을 돌려보낸 후 다소 분에 겨워 피해자에 대한 불만의 의사 표현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층간소음 문제로 A씨의 행동에 촉각이 곤두선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로서는 A씨의 말소리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집 가까운 지점에서도 소란 행위를 했다는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고성에 이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피해자에게 그 발언 내용이 들릴 수 있다고 여겨지고 ▲피해자는 A씨가 윗집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소음이 발생한 것이 종종 있었고 증거수집을 위해 이를 녹음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으나 정작 해당 녹음물은 증거에 없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른 이웃들로부터 A씨에 대한 민원 제기는 따로 없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가 경찰관들의 1차 출동 이후 신고자인 피해자가 들으라고 다소 언성을 높여 5분 간격으로 3차례 말을 뱉었다고 해서 악기, 전축 등으로 지나친 소음을 발생시키거나 노래를 크게 부르는 등에 필적할 정도로 이웃의 일상생활의 평온을 해하는 인근 소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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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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