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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실패를 허락하는 사회, 실패를 빼앗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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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축하하는 핀란드 '실패의 날'
낙오자에 냉담한 한국 사회 인식
소상공인 채무조정 재기 디딤돌로

[시시비비]실패를 허락하는 사회, 실패를 빼앗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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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강국' 핀란드에는 '실패의 날(Day of Failure)'이 있다. 해마다 10월13일 국민의 4분의 1이 지켜보는 국가적 행사다. 'We failed. Let us celebrate(실패했네. 축하하자).'라는 슬로건으로 창업자, 대학생, 교수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자랑하고 타인의 실패를 축하한다.


핀란드는 2000년대 세계 휴대폰 1위 노키아의 나라로 불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출현에 적응하지 못하고 안주했던 노키아의 몰락으로 수많은 사람이 실직과 해고를 당하자 하나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다는 교훈을 되새기고자 '실패의 날'을 만들었다. 혁신을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러한 창업 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가 51번의 실패 끝에 탄생했으며 핀란드를 '스타트업의 나라'로 탈바꿈시켰다.


실패가 쉽게 용인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는 핀란드 '실패의 날'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은 실패에 엄격하다. 실패는 곧 능력과 자질 부족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래서 한 번만 실패해도 재기가 쉽지 않다. 카이스트(KAIST) 실패연구소는 이를 '실패 빼앗는 사회'라고 명명한다. 이 연구소가 지난 3월 출간한 한국 사회 실패 탐구보고서 '실패 빼앗는 사회'에는 실패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묻는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7.2%가 '한국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라고 답했다, 10명 중 6명은 '한국 사회는 한 번 실패하면 낙오자로 인식된다'는 데 동의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 저자들은 "우리 사회는 실패의 필요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기회조차 빼앗기고 있는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실패담은 성공한 결과를 전제로 공유되며 '실패로 끝난 실패'나 '과정으로서의 실패'는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재명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배드뱅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통해 저소득 소상공인 10만명의 빚을 90%까지 감면해줄 방침이다. 취약계층 113만명의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빚도 탕감된다.


예상한 대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와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공정성 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문제다. '모든 돈은 빌리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90일 이상 장기연체자 70%는 실직, 질병, 사업 실패 등 비자발적 요인으로 연체 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금융서비스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주거·의료·교육·취업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굴레에 묶여 있다. 특히 빚을 떠안게 된 계기가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그 해법 역시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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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반복되는 채무조정 정책이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는 재기의 디딤돌이 되기보다는 '빚으로 빚을 막는' 일시적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해도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채무 탕감이 실패한 사람에게 국가가 내미는 동아줄이 돼야 한다.




조영철 팀장 yccho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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