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7일 만에 19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다음 주부터 인사청문회
안정·속도·효율, 현직 민주당 의원 8명 대거 입각…현장 경험 많은 기업인 4명도 과감하게 발탁
前 정부 장관 유임 결정·진영 초월한 인선도…송미령·권오을
여성 장관 후보자는 30%에 미달…19개 부처 중 5명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명을 마지막으로 취임 후 37일 만에 1기 내각 인선을 마쳤다. 19개 정부 부처 장관 후보자(송미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임 포함)는 다음 주부터 이어지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임명되면 각자에게 부여된 임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한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선의 특징은 '현직 의원 대거 발탁', '기업인 중용', '영호남 균형', '진영을 떠난 탕평' 등이다. 이 대통령은 정동영(통일부)·정성호(법무부)·안규백(국방부)·윤호중(행정안전부)·김성환(환경부)·강선우(여성가족부)·김윤덕(국토교통부)·전재수(해양수산부) 등 8명의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을 1기 내각에 포함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도 3선을 지낸 전직 국회의원(한나라당)이고, 내각의 총책임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도 현역 여당 의원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만큼 현역 여당 국회의원을 대거 발탁해 속도와 안정을 꾀했다.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일정한 검증을 거쳐 국민의 선택을 받아 '인사청문회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고, 입법이 필요한 부분에서 당정 관계를 유기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4명,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5명보다 훨씬 많은 수다.
민간기업 출신 4명 과기부·중기부·산업부·문체부 수장으로 발탁
경제 성장을 이끌 경제와 산업 분야 장관에는 민간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인 4명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한정된 자원을 적재적소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데 이들 기업인 출신들의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줄곧 경기 침체 극복과 신산업 육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통령실 수석의 명칭을 경제수석에서 경제성장수석으로, 경제비서관도 경제성장비서관으로 바꿨고 AI미래기획수석, 국가 AI정책비서관도 뒀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LG AI연구원장 출신인 배경훈 후보자를 지명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한성숙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들은 인공지능(AI)를 포함해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도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부문장 사장인 김정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거시경제를 책임졌던 관료 출신이지만, 2018년 민간으로 나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사업 수주에 공헌한 인물이다. 전일(11일) 발표한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도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이사를 지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K-문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2030년까지 300조원 시장으로 키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검찰·국방개혁과 부동산정책은 친명계 중진에게…법무부·행안부·국방부·국토부
새 정부 초기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한 부처에는 친명계 중진들이 포진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윤호중 행안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 등은 모두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명계 중진이다. 정 후보자와 윤 후보자 그리고 윤 후보자는 5선, 윤 후보자는 3선 국회의원으로 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들이기도 하다.
정성호 후보자와 윤호중 후보자는 임명 직후부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개혁과제를 야당과 검찰의 각종 저항을 뚫고 수행해야 한다. 이들 부처가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새 정부의 국정 동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추석 전까지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시간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안규백 후보자는 최초의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12·3 비상계엄 사태'로 확인된 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민주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을 책임질 인물로 오랫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한 김윤덕 후보자를 낙점했다.
진영을 초월한 탕평·영호남 균형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은 진영을 초월한 탕평 인사라는 상징을 얻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깜짝 유임시켰다. 여야 정권교체 후 전 정부 국무위원이 유임된 사례는 김대중 정부 시절 이기호 노동부 장관 이후 두 번째다. 차관급인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유임됐고,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3선 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출신을 따지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상징적 사례다. 이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마음에 드는,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했다.
영호남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호남 인사는 7명으로 영남 인사보다 1명 많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조현(외교부)·안규백(국방부)·김윤덕(국토부) 후보자가 전북 출신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김정관(산업부)·김성환(환경부) 후보자가 전남 출신이다.
대구·경북(TK) 출신은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강선우(여가부)·권오을(보훈부) 후보자,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은 최휘영(문체부) 후보자를 포함해 김영훈(노동부)·전재수(해수부) 후보자 등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은 배경훈(과기부)·윤호중(행안부)·한성숙(중기부) 후보자로 3명이었다. 송미령(농림부) 장관과 이진숙(교육부) 후보자는 충청도, 정성호(법무부) 후보자는 강원도가 고향이다.
여성 비율 26%에 그쳐, 목표 미달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의 여성 후보자는 이진숙(교육부)·정은경(복지부)·강선우(여가부)·한성숙(중기기) 후보자와 유임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까지 5명으로 30%에 미치지 못했다. 18개 부처 중 5개 부처 장관이 여성이었던 문재인 정부 1기 내각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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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성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고 기용하겠다면서 "공개적으로 명시하기는 어렵지만 (소수 성이) 30%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었다.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의 여성 장관은 취임 34일 만에 사퇴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제외하면 김현숙(여가부)·한화진(환경부)·이영(중기부) 장관까지 3명이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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