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다습 양잔디 타죽는 현상 발생
전국 31개 골프장 한국형잔디 교체 작업
교체 비용 80억원, 유지 비용 저렴 경제성
KGBA 한국잔디연구소 지역별 분소 설치 대응
직장인 A씨는 지난주 오랜만에 경기도 용인에 있는 B골프장에 갔다. 그린피만 30만원이었다. 그러나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다. 한 달 만에 라운드를 갔지만 열만 받고 돌아왔다.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주변의 잔디 상태가 최악이었다. 잔디는 타죽었고, 맨땅에서 공을 쳤다. 잔디를 보수하기 위해 코스에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이래저래 정신없는 하루였다.
국내 골프장이 위기다. 이상 폭염으로 인해 코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7월이면 푸른 잔디에서 샷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잔디가 없는 곳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 페어웨이 잔디가 녹아내린 것도 모자라 곳곳이 흙바닥을 드러냈다.
연일 30도가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이상 기온 현상 때문이다. 올해도 폭염 일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폭염은 한지형잔디(양잔디)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했다. 한지형잔디의 생육 적정 온도는 15~20도다. 28도가 넘으면 성장이 중단된다. 낮에 고온이더라도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잔디가 쉴 수 있지만 밤에도 고온이 계속되면 양잔디가 살아남을 수 없다. 밤낮으로 고온이 유지돼 잔디 뿌리가 익어버린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잔디 뿌리와 관련된 병이 발생했다. 특히 여름에 약한 켄터키블루그래스의 피해가 심각했다. 이로 인해 골프코스의 일반관리 비용이 증가했다. 피해 잔디를 수선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해 골프장에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골프장은 한지형잔디에서 난지형잔디(한국형잔디)로 교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잔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무려 31개 골프장이 초종 교체가 이뤄졌다. 한지형잔디에서 난지형잔디로 교체한 골프장은 몽베르CC, 더헤븐CC, 마에스트로CC, 이천 블랙스톤CC, 파인비치CC, 세이지우드CC, 아난티 남해CC, 서경 타니CC, 제주 엘리시안CC, 더클래식CC 등이다.
18홀 코스의 잔디를 교체하려면 80억원이 필요하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코스 유지와 관리비는 최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할 만한 투자다. 더위에 강한 난지형잔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물값이 훨씬 적게 든다. 코스 관리에 필요한 농약과 비료도 한지형잔디에 비해 적다. 미관 문제도 개선됐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변색 시기도 자연스럽게 늦춰졌다. 변색이 시작되기 전 착색제를 쓰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1910년 이래 지구 기온 변화 추세를 보면 점차 온도가 상승하여 2010년에는 1.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의 유엔환경회의의 평가에 따르면, 1990~2100년 사이 평균 기온 상승은 최소 추정치로 2도, 최대 추정치로 3.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징후는 분명하다. 기온 상승과 강우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작년 폭염일수는 평년 대비 5.5배, 열대야 일수는 2.5배 상승했다. 여름철 기온 상승은 한지형잔디에 치명적이다. 한지형잔디의 뿌리 관련 병해 및 생리장해를 조장한다. 2024년 여름은 9월 말까지도 열대야가 지속됐다. 잔디 생육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잔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온도, 강우, 일조량이다. 폭염일수가 증가하고 열대야 일수가 늘면 광합성에 의한 탄수화물 합성이 멈춘다. 야간에 호흡량이 증가해 저장 양분이 소진돼 잔디는 약화한다. 폭우로 인한 수분 과잉, 배수 불량 등은 잔디의 생육 저하를 조장한다. 온도, 강우, 일조량에 문제가 생기면 생리적 고사 현상이 증가한다.
국내는 아열대화로 인해 한지형잔디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름에 강한 초종 및 품종으로 교체해야 한다. 한지형잔디를 난지형잔디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켄터키블루그래스를 한국형잔디 혹은 버뮤다그래스로 바꾸는 것이다.
잔디깎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낮은 깎기를 지양하고 폭염이 지속될 경우 격일깎기 등을 실시한다. 그린 주변의 공기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잡목을 제거하거나 전정을 한다. 코스에 팬을 설치해 공기 순환을 개선한다. 잔디 조직을 견고하게 해 고온 스트레스에 잘 견디게 한다.
골프코스의 모든 그린에 관수가 필요한 경우 스프링클러를 이용한다. 물이 잘 고이는 그린은 핸드스프레이로 관수한다. 야간관수는 밤에 잔디잎이 오랜 시간 젖어 있어 병 발생이 증가한다. 반면 아침관수는 잔디 잎이 장시간 젖지 않아 발병률을 줄인다.
가장 급한 곳은 국내 골프장 업계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회원사 골프장의 코스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설 한국잔디연구소를 중심으로 기후대별 권역 거점 운영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기존의 일괄 방문 방식 대신, 지역별 분소와 권역별 책임 연구원 및 자문위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210개 회원사 골프장을 8개 권역으로 나눴다. 각 권역에 책임연구원 8명과 자문위원 7명을 배치해 정기적 현장 방문과 밀착형 기술 자문을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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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부터 5월까지 한국잔디연구소는 총 133회에 걸쳐 회원사 골프장을 방문했다. 기후대 및 초종에 따른 맞춤형 그린, 페어웨이 관리방안, 병해 예방, 주요 조경수목 관리 방안 등을 알려줬다. 특히 6월 이후 무더위와 장마철에 대비한 지역별 특화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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