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 초저가 PB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진행
홈플러스 '빈야드 샤르도네', 롯데마트 'L와인 카베르네 소비뇽' 1·2위
저가와인의 상향평준화…"와인문화 확산에 기여할 품질"
"보통 사람의 편견은 맛이 현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예상 밖에 뛰어난 품질이 갖추고 있다."(김상미 WSA 와인아카데미 원장)
국내 주요 대형마트의 1만원 미만 자체 기획·생산한 초저가 와인들이 전문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실제 판매 가격보다 높은 예상 가격을 부여받았다.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지닌 이른바 '가성비'를 입증한 것이다.
인터와인은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본사에서 국내 주요 대형마트 3사의 자체 브랜드(PB) 와인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이마트의 '도스 코파스'와 'G7'을 비롯해 홈플러스의 '빈야드', 롯데마트의 'L 와인' 등 국내 대형마트의 대표 PB 브랜드 화이트와 레드 와인 각각 5종씩 총 10종의 와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 이들 와인 모두 실제 판매가격보다 높은 예상 가격을 받았다. 특히 전문가가 예상한 소비자가격이 가장 높았던 홈플러스의 '빈야드 샤르도네'는 실제 가격(4990원)과 예상 가격(1만6750원)의 격차가 1만원을 훌쩍 넘었다.
빈야드 샤르도네는 평균 점수 89.5점으로 심사위원 4인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상미 원장은 "묵직하고 풍부한 샤르도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엔트리 레벨의 와인"이라며 "호불호 없이 한국인의 입맛에 무난하게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김주용 소믈리에도 "향에서 과일이 잘 익어 풍성하고 젖산 발효 와인메이킹의 특징이 느껴져 복합적"이라고 했다.
이날 테이스팅 결과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품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화이트 와인 세션에선 모두 홈플러스의 '빈야드 소비뇽 블랑'과 '빈야드 샤르도네'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화이트에 이어 진행된 레드 와인 세션에선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테이스팅이 진행돼 롯데마트의 'L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1위를 기록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국제와인기구(OIV)의 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와인의 외관과 향, 맛, 밸런스 등을 고려해 각 와인의 최종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기입했고, 데이터의 이상치에 대한 분포를 줄이고, 중위수를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 '중앙값 통계 방식'을 사용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양진원 드링크 가이드 대표 및 숙명 르 꼬르동 블루 강사, 김상미 WSA 와인아카데미 원장, 김주용 주은 레스토랑 수석 소믈리에 및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이사, 최민아 와인인 대표 및 캘리포니아와인협회 한국사무소 대표 등 국내 대표 와인 전문가 4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저가 와인의 '상향평준화'에 주목했다. 이번 테이스팅은 판매가 기준 1만원 미만의 와인으로, 고가의 와인과 비교해 우월한 품질과 만족감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와인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마중물로 모자람이 없는 품질이라는 평가다. 김 소믈리에는 "초저가 라인업 중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훨씬 안정된 느낌을 주고 있어서 놀랐다"며 "와인이 일상에 더 가까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드는 제품이어서 고가 와인보다 훨씬 흥미로운 블라인드 테이스팅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최근 국내 와인 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가성비 저가 와인 수요 확대가 전체 와인 시장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개최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국내 와인 시장은 양적 성장과 함께 프리미엄 와인을 선호하는 고급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PB 와인이 합리적 가격과 품질, 접근성을 무기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심사위원들도 좋은 와인이란 결국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훌륭한 와인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는 존재하지만 개인의 입맛과 정서를 자극하는 요인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가격이란 잣대로 와인을 성급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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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와인 초심자의 경우 부담이 적은 PB 와인이 '슬기로운 와인생활'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진원 대표는 "강의를 하는 입장에선 테크니컬한 면으로 평가하지만 일상에서 즐기는 와인은 입맛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강조했고, 최인아 대표도 "라벨이나 가격이라는 편견 없이 직접 마셨을 때 기분 좋게 다가오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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