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원전 포기는 전략적 실패
시대착오적 석유기업 감세 정책
이번 주 내가 주목한 약어는 'SSMIS'였다. 개구리를 삼킨 뱀 이름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마이크로파 위성센서(Special Sensor Microwave Imager Sounder)를 뜻한다. 디애틀랜틱의 조이 슐랭어에 따르면, 이는 마치 구름을 투시하듯 내부를 포착할 수 있는 장비로, 예보관들이 볼 수 없는 하늘을 대신 들여다보는 강력한 원격 감시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눈'이 멀게 생겼다. 미 국방부가 이 센서로부터 생성된 핵심 이미지를 이달 말부터 더 이상 처리하거나 배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데이터를 잃게 되면 국립허리케인센터가 태풍의 초기 형성을 감지하는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책의 세부 내용은 짙은 안개가 낀 런던 거리처럼 흐릿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허리케인 시즌 중 카리브해로 스쿠버다이빙을 가려던 내 계획에 평소보다 더 큰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차라리 윔블던으로 가야 할까. 영국은 1884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하고 햇살 좋은 봄을 이제 막 맞이했다. 라라 윌리엄스는 "맑은 날씨로 이득을 본 산업들이 있었지만, 동시에 이런 기록적인 기후가 우리에게 어떤 도전을 던지는지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비와 가뭄 사이를 오가는 날씨 변화가 점점 더 극심해지면서 다양한 산업이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수혜를 입은 소매업계조차도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날씨 롤러코스터'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유럽 대륙은 이런 신호들 앞에서 안타깝게도 잘못된 선택을 해왔다. 편집진은 이렇게 지적한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자력 선도 지역이었다. 전력의 30% 이상을 원전에 의존했고, 세계 원전 발전량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 참사와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정책 기조가 급격히 바뀌었다."
그리고 그 방향 전환은 유럽 에너지 정책의 뼈아픈 실책으로 남았다. 지금 유럽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안정적이고, 저렴하며, 저탄소 전력 생산 능력을 스스로 내려놓은 셈이다. 특히 독일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원전 대신 석탄과 수입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 결과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과 가스 가격에 크게 휘둘리게 됐다.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마크 공글로프 기후변화·경제 칼럼니스트는 "두 차례의 대공황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그 힘을 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점점 더 뜨겁고 격렬해지는 기후변화를 그저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스스로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는다.
미국은 지난 12년 동안 기후 재해로 인해 보험료 인상, 복구 비용, 기타 지출 등으로 최소 6조600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경제적 피해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수치(약 3조3000억달러)와 비교해도, 그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결국 시선은 다시 공화당을 향하게 된다. 국가 부채를 폭증시키고 감세를 밀어붙이며, 메디케이드를 무력화하는 계획을 상상 속 숫자 놀음으로 포장한 공화당의 전략 말이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리암 데닝 칼럼니스트는 공화당의 기후 정책 접근 방식을 단순한 공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스팀펑크'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그는 "스팀펑크는 마치 19세기 기술이 21세기의 미래를 지배하는 듯한 세계관을 그리는 공상과학 장르로, 쥘 베른의 세계, 비행선, 바베지 계산기 같은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비유는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공화당은 21세기의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AI)이나 첨단기술 분야를 석탄과 석유 같은 19세기식 에너지 자원으로 떠받치려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는 공화당이 별로 절실해 보이지도 않는 대상을 위해 또다시 감세 혜택을 밀어붙이려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바로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다. 마크 공글로프는 이렇게 지적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세계 5대 석유기업이 순이익만 1020억달러를 올렸고,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3490억달러를 돌려줬다. 이 정도 보상만 봐도, 주주들이 굳이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 더 캐라)!'을 외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수요 전망도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 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업종으로, 지금 받는 혜택만으로도 과할 지경인데, 여기에 새로운 특혜를 또다시 퍼부을 이유는 없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하비에르 블라스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지금 세계는 원유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이란에 도달하게 된다. 블라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얼마나 타격을 줬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란 정권의 '현금줄'인 에너지 부문은 놀라울 정도로 멀쩡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24년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4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이란에 대한 석유 제재'를 말할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제재요? 대체 어떤 제재를 말하는 거죠'"라고 그는 썼다.
물론 지금의 끓어오르는 석유 풀(pool)을 만든 주체가 이란 하나만은 아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마크 길버트와 블룸버그 오피니언 수석 시장 전략가 마커스 애시워스는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검은 액체는 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동맹국들이 생산 할당량을 초과하는 데 불만을 품고, 자국 생산량을 하루 1000만배럴 수준까지 끌어올려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심지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조차 브렌트유 가격을 잠시 끌어올리는 데 그쳤고, 이내 하락해 배럴당 7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여기에 OPEC+가 생산 할당량 상향에 합의했고, 미국 셰일 업체들까지 높은 가격을 활용해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이쯤 되면 유가가 향할 방향은 명확하다. 하락. 그리고 그만큼 지구 평균기온이 향할 방향도 뻔하다. 상승.
토빈 하쇼 블룸버그 오피니언 수석 에디터·전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지면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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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Wimbledon's Sunny Weather Is a Warning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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