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체제 재평가하고 새 모델 모색해야"
불확실한 경제 환경과 상법 개정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창의적인 오너, 충실한 전문경영인, 강한 이사회'를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바람직한 미래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조용두 삼일회계법인 고문(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의 연구보고서가 수록된 '거버넌스 포커스 제29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성장과 혁신을 위한 K-기업지배구조의 미래'를 주제로 지난 25년간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진화 과정을 분석하고 향후 바람직한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현재의 한국 기업지배구조는 지배주주가 확실한 대기업 집단의 오너경영 체제와 소유가 철저히 분산된 민영화 기업 위주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분류된다.
조 교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지배구조 선진화의 방향으로 인식되지만, 이를 먼저 도입한 영미권에서는 기업의 전문경영인이 분기 단위의 목표에 몰입되는 단기주의 현상 등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벌'로 통칭되며 거버넌스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오너경영 체제는 장기성장 도모 및 기업가 특유의 비전 실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 이해 충돌과 같은 문제점들은 관련 법규의 개정 및 주주행동주의 강화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보완됐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치부해 온 '재벌' 체제의 특성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잠재력을 발견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과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그룹의 기업재단(Industrial Foundation)을 활용한 지배구조 모델이다.
이들 기업은 재단제도를 활용해 창업자 가족이 어느 시점에 보유 주식을 재단에 이전하면, 그 반대급부로 국가는 상속세를 대부분 감면해주고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준다. 이를 통해 대기업 집단은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원천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북유럽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면 관련 세법 개정과 노사정 간 대타협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바람직한 미래로 '창의적인 오너, 충실한 전문경영인, 강한 이사회(Creative Owner, Dutiful Manager, Strong Board)'를 제안했다. 조 교수는 "고조되는 경영 불확실성 하에서 장기적 관점의 실행력을 발휘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어 가는 오너, 오너 혹은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전문경영인, 그리고 전문경영 경력이 풍부하여 전문경영인과 협력하며 경영을 감시하는 강한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돼 가는 한국 경제에서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이 엔진 역할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 핵심은 기업지배구조의 패러다임 변화"라며 "높은 상속세율 등 온갖 변화에 직면한 대기업들이 혁신과 장기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상 위험 요인을 줄여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내용은 삼일PwC 거버넌스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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