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웨비나 발언
시드 사일러 선임고문 "트럼프, 고립주의자 아냐"
핵 개발 나선 이란, 北사례 참고했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습 결정이 북한 무력 도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미국 싱크탱크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 사일러 선임고문은 1일(현지시간) CSIS 웨비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폭격을 통해 자신이 국제 문제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그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며 무력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작전을 통해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사일러 고문은 "이란에 대한 폭격은 그 결정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사건"이라며 "북한이 이 때문에 당장 비핵화 협상장으로 복귀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전면전 가능성은 억제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B-2 스텔스 폭격기들이 장거리를 비행하며 이란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 파괴를 위해 벙커버스터(GBU-57) 폭탄 14발을 투하한 것을 미국의 압도적 군사 능력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사일러 고문은 "이는 북한이 쉽게 전쟁을 계획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억제 효과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선 이란의 핵 개발 결정에 북한의 사례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와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대니얼 셔피로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위원은 "이란 지도부는 북한과 리비아의 핵 개발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두 사례 모두에서 뚜렷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성숙 단계까지 끌고 간 덕에 체제 생존을 위한 억지력과 방어막을 확보했지만, 리비아는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한 후 결국 카다피 정권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 결정이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는 점을 이란은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2003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 포기 선언을 했으나 8년만인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원을 등에 업은 반군에 의해 살해됐다.
지금 뜨는 뉴스
셔피로 선임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결정에 북핵 문제를 초기에 해결하지 못한 미국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그는 "이스라엘은 미국이 1990년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초기 단계에서 군사적 개입을 주저한 대가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에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