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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그럼에도 정은경이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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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그럼에도 정은경이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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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남편의 '코로나 수혜주' 투자 의혹과 관련한 생채기를 무릅쓰면서까지 복지부 장관 지명을 수락한 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사실 정 후보자가 이재명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대선판에 뛰어든 것도 대중의 시각에선 이색적이었다. 코로나19 시절 보여준 절제되고 조심스러운 태도, 정치와는 무관할 것 같은 이미지 때문이었으리라고 본다. 아무튼 그는 "정권이 교체되면 저의 일상으로, 저의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일상으로도 대학으로도 돌아가지 않는 선택을 했다.


정 후보자와 함께 물밑에서 후보로 거명된 이들 모두 전문성과 소구력을 나름대로 갖추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이 끝내 정 후보자를 낙점한 배경에는 그와 의사집단 간의 교감 비슷한 게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의사 출신인 정 후보자는 대선 전 "(윤석열 정부의 잘못은) 의료 문제를 의대정원 증원 하나로만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증원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대전제를 내 걸고 얼마 전까지 정부를 맹비난하던 대한의사협회가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반색한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의료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루트로 여러 차례 복지부 장관 추천 의견을 이 대통령 측에 전달했으며 정 후보자 등 의료계 출신의 몇몇 인사를 천거하는 목소리가 특히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또한 의료계의 추천에 열려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정은경 복지부'의 의료정책 방향은 증원 문제에 대한 후퇴하에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공공의료 강화를 달성하는 쪽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공의들의 복귀를 염두에 둔 예산이 국회에서 일부 복원됨과 동시에 정 후보자가 "(전공의들의) 복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운을 뗀 것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흘러간다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사실상 폐기되는 셈인데,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따라 의료개혁이라는 의제까지 씻겨 내려가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다.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를 앞세운 둔탁한 접근이 모든 걸 망쳐버렸지만 의료체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의료의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려는 취지 자체는 유효하다는 공감대가 여전하다.


이런 관점에서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건 정 후보자의 정책·정무적 공간이 얼마나 마련될지다. 이번 인선과 관련해 앞에서 언급한 정황은 그가 이미 정치·집단 논리에 어느 정도는 얽히게 됐으며 전문가로서 제대로 된 개혁방안을 수립하는 게 생각보다 더 힘겨울 수 있음을 암시해서다. 게다가 공공의대를 포함한 공공의료 강화는 정책의 한 가지 방법론이자 지향으로서 유의미하지만 전반적인 개혁 담론으로는 불충분한 구석이 있을뿐더러 매우 논쟁적이다. 아울러 의료계는 의료정책과 관련한 주도권을 앞으로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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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사령관'으로서 정 후보자가 보여준 뚝심과 인내심, 겸손함은 많은 사람에게 아직도 인상적이다. 남편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청문회의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법적인 시비를 떠나 가장 진솔한 태도로 국민들에게 설명하거나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태도가 우선이 돼야겠다. 그리고 장관에 오른다면 의사들만 알아듣는 기교의 언어나 관료들이 공유하는 정치공학을 뛰어넘어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진짜 개혁에 용감하게 나서주길 고대한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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