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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줄었다" "생활환경 침해"…도시 공존 '시험대' 선 반려견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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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반려견 놀이터 10년 새 8배 급증

1일 오후 3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반려동물 놀이터.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10여명의 시민이 여러 품종의 반려견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목줄을 푼 반려견들은 장난감 공을 쫓고, 서로 엉켜 구르기도 했다. 몰티즈와 함께 나온 이모씨(42)는 "예전엔 산책할 때마다 사람들 눈치를 봐야 했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어 자주 찾는다"며 "강아지도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니 스트레스가 확 줄어든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줄었다" "생활환경 침해"…도시 공존 '시험대' 선 반려견 놀이터 지난달 26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반려견 놀이터. 무더운 날씨에도 여러 주민들이 반려견과 산책하고 있었다. 변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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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가구가 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공공시설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 미흡, 입지 갈등 등 여러 문제도 불거지면서 반려동물 시설 확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조건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반려동물 놀이터는 2015년 2곳, 2020년 7곳, 올해 6월 기준 16곳으로 10년 새 크게 늘었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전국 반려동물 놀이터를 2023년 기준 총 123곳으로 집계했다. 2012년 처음 조성된 반려동물 놀이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급격히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산한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은 지난해 2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려동물 놀이터라는 공간이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전하게 공간을 분리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윤정회씨(41)는 "소형견을 키우는데도 공원에서 목줄을 2m로 안 잡는다고 지적받는 일이 많았다"며 "전용 공간이 생기면서 (반려인·비반려인 간) 부딪힐 일이 줄어들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또한 반려인 사이에서 반려견의 동물복지 및 사회화 교육 장소로 호평을 받는다. 김모씨(36)는 "강아지가 집에만 있을 땐 낯선 사람이나 동물만 보면 짖거나 겁을 냈는데 놀이터에 나간 이후 훨씬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놀이터는 반려인 간 소통과 유대 형성을 도모하는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정모씨(28)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계기로 반려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긴 점이 좋았다"며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외로웠는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주민과 자연스럽게 말문을 틀 수 있어 큰 위안이 됐다"고 전했다.


"스트레스 줄었다" "생활환경 침해"…도시 공존 '시험대' 선 반려견 놀이터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소음, 악취, 배변 문제는 물론이고 생활환경이 침해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려동물 놀이터가 기피 시설로 인식되면서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강남구가 지난 1월부터 대모산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서초구도 2017년 반포공원에 조성한 반려견 놀이터를 주민 반발 끝에 개장도 못한 채 철거해야 했다. 주민 이모씨(70)는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는 공간을 반려동물 전용 공간으로 짓는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밤낮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각종 쓰레기 투기, 소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지자체는 반려동물 시설을 조성할 때 주민 반발을 의식해 외곽 지역으로 입지를 정하기도 한다. 지난해 개장한 대구 최초 공공 반려동물 놀이터는 성서 산업단지, 대구시립공동묘지와 인접해 있다. 진주 초전공원 반려견 놀이터는 하수처리장과 맞닿아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임시 반려견 놀이터를 먼저 설치하기도 한다. 강동구는 지난 4월 이동식 반려견 놀이터를 암사역사공원에 만들었다. 은평구는 지난 3월 물푸레공원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재개장했다.


운영 부실 문제도 지적된다. 최근 도봉구의 한 반려견 놀이터를 찾았을 때 '등록 반려견만 출입 가능', '예방접종 미실시 반려견은 출입금지' 등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으나 정작 이를 확인하는 관리자는 없었다. 주민 신모씨(39)는 "평소에도 관리하러 나오는 사람을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오후 9시께 서울시가 관리하는 반려견 놀이터에서는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당시에도 관리자는 따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야간에 발생한 사고"라며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면 운영 방식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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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시설을 무턱대고 늘리는 것보다 지역 여건에 맞는 배치와 이용자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관리 인력 확보, 입지 기준 마련, 사전 주민 협의 등 종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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