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1일 우리금융 자회사 정식 편입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 곽희필 ABL생명 대표 체제 출범
통합 작업 본격화…노조협상 등 변수
동양생명·ABL생명이 이달부터 우리금융그룹으로 공식 편입됐다. 두 중형 생명보험사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통합작업에 들어가 총자산 53조원 규모의 업계 톱5 생보사 '우리라이프'(가칭)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동양·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했다. 두 생보사도 이에 발맞춰 새 대표이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동양생명은 성대규 대표, ABL생명은 곽희필 대표가 새 수장 자리에 올랐다.
성 대표와 곽 대표는 '신한맨'이다. 성 대표는 2019년 보험개발원장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신한생명 대표로 취임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2021년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을 성사시켜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초대 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 우리금융지주에 합류해 동양·ABL생명 인수단장을 맡았다. 곽 대표는 2001년 오렌지라이프 전신인 ING생명 도곡지점 보험설계사로 시작해 지점장, 영업추진부문장, 영업채널본부 부사장 등을 맡았다. 2021년 신한라이프 출범 때 FC1사업그룹 부사장을 역임했고 이후 신한라이프 자회사인 신한금융플러스 법인보험대리점(GA) 부문 대표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두 대표 모두 신한에서 생보사 통합 작업에 기여한 경험을 살려 동양·ABL생명의 결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동양생명 자산은 약 35조원, ABL생명은 20조원 규모다. 두 생보사가 통합하면 NH농협생명(자산 54조원)을 제치고 신한라이프(자산 60조원)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몸집이 커진다. 생보업계 5위, 금융지주계열 생보사 중에서는 2위로 도약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이미 통합법인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를 보면 우리금융은 지난 3월12일 '우리라이프'와 '우리금융라이프'에 대한 상표를 특허출원했다. 동양생명이 ABL생명을 흡수합병한 뒤 두 상표 중 하나로 사명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인력 재정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동양생명 임원 6명, ABL생명 임원 4명이 해임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선 외형 성장보다는 자본건전성에 중점을 두고 혁신상품 개발과 방카슈랑스, GA, 디지털 채널 등을 활용한 판매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헬스케어와 요양서비스 등 신사업에도 적극 진출하는 등 비금융 부문과의 연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생보사가 물리적으로 결합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우리금융에 맞게 재정비하고 보험상품과 타 금융상품 간 연계와 브랜드전략 등 준비할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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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원진과 노동조합 간 협상도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다. 동양·ABL생명 노조는 현재 고용보장, 단체협약 승계,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 매각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양생명 노조가 최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95.7%가 파업 개시에 찬성했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두 생보사 노조 측의 요구에 대해 "정식 자회사 편입 이후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었다. 관련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노조와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동양생명 노조는 이날 새 경영진과 첫 상견례를 진행한다. ABL생명 관계자는 "이제 정식 자회사가 됐으니 노조와 경영진이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본다"며 "내부적으로 강경한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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