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기업이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의 핵심 기반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삼일PwC '2025 EU 기업의 기업지속가능성공시지침(CSRD) 보고 현황' 보고서는 "EU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기업에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회계 컨설팅 그룹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도구와 내부 전문가 검토를 통해 250개 EU 기업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 기업의 70% 이상이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에 있다. 이 중 일부는 아직 CSRD를 국내법으로 전환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보고서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EU는 2023년 CSRD을 확정했고, 올해부터 이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속가능성 보고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서 기업 간 보고 수준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며, 여러 기업이 새로운 보고 체계에 적응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별로 공시 주제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지만, 기후변화, 임직원, 비즈니스 수행 관련 항목은 대부분의 기업이 공통적으로 다룬 핵심 주제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변화 관련 공시가 전혀 없었던 기업은 전체 250개 중 단 2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CSRD 기준에 따라 지속가능성 이슈가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리스크 중심으로 공시했다. 특히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관련 항목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일부 기업은 기후 대응, 사회적 인식 변화,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식별해 공시했으나, 대기업 중 일부는 기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기업들은 가치사슬 전반에서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긍정적 영향보다 더 많이 공시했으며, 금융업만이 긍정적 영향 공시가 더 많은 업종으로 나타났다. 다수 기업은 이런 사회·환경적 영향이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연결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단순한 영향 식별을 넘어, 해당 이슈가 재무적 리스크 또는 기회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CSRD와의 이중 공시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은 EU 기업의 완성도 높은 ESG 공시 사례를 참고해 자사의 ESG 전략 수립과 공시 수준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이 확인해야 할 세 가지 핵심 과제로 선제적 공시 준비,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전략적 활용, 산업 특성과 전략을 반영한 맞춤형 공시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단순한 공시 수단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보고 데이터는 제품 개발, 에너지 효율, 공급망 재편, 세무 전략 등 다양한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전략적 활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븐 강 삼일PwC 지속가능성 플랫폼 리더는 "EU는 기존 규제를 전략적으로 조정해 기업들이 핵심 가치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지금은 규제의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해야 할 시기로, 기업은 이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정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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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EU 기업들은 이미 지속가능성을 경영 전략에 통합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이를 참고해 자사에 맞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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