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란, 핵시설 일부 건재…몇 달 내 우라늄 농축 가능"

사무총장 美언론 인터뷰
이란 핵시설 일부 여전히 건재
준무기급 우라늄 이동 가능성 제기
트럼프 "우라늄 이동 못 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핵시설 손상에도 이란이 수개월 내로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핵무기의 완전한 파괴'와는 달리 실제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옮겼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전날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의)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이란이 몇 달이라는 기간에,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에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다단계) 설비를 몇 개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기존에 생산했던 약 400㎏의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폭격 전 이동시켰는지에 대해선 "이 물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일부는 공격의 일부로 파괴됐을 수 있지만, 일부는 이동됐을 수 있다"면서 "따라서 언젠가는 해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시설에서 아무것도 밖으로 옮겨지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다르다.

주장이 엇갈리는 고농축 우라늄은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 동위원소(U-235)의 농도가 60%에 달하며 핵탄두의 원료로 쓰이는 농도 90% 정도의 무기급으로 단기간에 농축될 수 있다.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 의회가 지난 25일 IAEA의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결의안에는 이란의 핵시설과 평화적 핵 활동에 대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IAEA 사찰관의 이란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로시 총장은 "우리는 무엇이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고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옮겼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그건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매우 무겁다. 게다가 우리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리라는 것을) 많이 알려주지 않았다"며 그들은 아무것도 옮기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평화 체제를 구축한다면 제재를 해제하겠단 뜻도 전했다. 그는 "이란이 평화를 이룰 수 있고 어떤 손해도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면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란의 석유를 계속 살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는 제재를 해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