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투자로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정세는 6월 25일 피해자 17명을 대리해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을 상대로 총 36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1차 소송에는 고령자와 은퇴자 등 비교적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금융소비자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들은 평생 모은 노후자금이나 의료비, 생활비 등을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다 은행 직원의 권유로 고위험 파생상품인 홍콩 ELS에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차, 3차 추가 소송이 예고돼 있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상품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구조화 금융 상품으로,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하락할 경우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ELS다. 피해자 측은 은행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 "직원들도 가입했다"는 식의 단정적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설명으로 상품의 위험성을 축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정세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설명 부족이나 판매 직원의 과실이 아니라, 실적 위주의 영업 관행과 감독 당국의 사후 관리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있다. 정세 측은 일부 은행이 과거 유사 상품의 손실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를 투자자 설명 자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들며 "정보 누락은 투자자의 판단을 방해하는 기망 행위"라고 했다.
피소당한 각 은행은 피해자 개별 상황에 따라 자율 배상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배상안이 투자 경험, 투자금 규모, 연령 등 기준에 따라 차등 적용되면서 판매 당시 은행 측 책임보다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세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피해 보상에 그치지 않고 고위험 금융 상품 판매 관행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제도 개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최재영(55·사법연수원 30기) 정세 변호사는 "판매로 인해 얻은 이익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불완전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이정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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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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