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필요 자금 공급"도 대안으로 제시
인수자 어피니티에도 "불공정 합병·상폐 입장 밝혀라"
롯데렌탈 유상증자 계획 철회를 요구해 온 VIP자산운용이 매각 대금을 받게 되는 호텔롯데가 롯데렌탈의 필요 자금을 대거나 공모가 이상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발대식에서 오기형 위원장이 상법 개정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롯데렌탈 사례를 직접 언급한 이후 나온 행보여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평행선 긋는 VIP자산운용 vs. 롯데렌탈
앞서 올해 2월 롯데렌탈 이사회는 대주주 지분 매각과 동시에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호텔롯데 등이 보유 중이던 롯데렌탈 지분 56%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에 당시 주가 2만9400원의 2.6배인 7만7115원에 매각함과 동시에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주당 2만9180원의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 유상증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 진행될 계획이었다.
이에 이달 초 VIP자산운용은 "어피니티는 ▲지분율 확대와 ▲평균 매입 단가 하락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얻은 반면, 기존 일반 주주들은 지분이 희석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며 롯데렌탈 측에 유상증자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롯데렌탈은 지난 23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현시점에서 본 유상증자 철회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롯데렌탈 주가는 유상증자로 인한 20% 수준 지분 희석 우려, SK렌터카와의 합병을 통한 상장폐지 가능성 등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어피니티의 인수 이후 제기되고 있는 불공정 합병 및 상장폐지 가능성, 그리고 밸류업 정책의 지속 여부 등에 대해 인수자 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렌탈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롯데렌탈은 충분한 현금과 추가 차입 여력을 보유한 만큼 유상증자가 필요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채 조기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하다면, 그 원인을 제공하고 가장 큰 수혜를 입는 호텔롯데가 직접 자금을 대여하거나, 최소한 공모가(5만 9000원) 이상 수준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상법개정 '주주 충실 의무' 위반 가능성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조직인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안 수위를 낮추거나 추진 속도를 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롯데렌탈 유상증자를 예로 들었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 이후 롯데렌탈이 예정대로 유상증자를 강행할 경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을 둘러싼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주주 충실의무 관련 법리가 가장 체계적으로 정립된 미국 델라웨어주 사례를 들고 있다. 특정 주주의 이익으로 인해 다른 주주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미국 디지털 음악 유통 기업 오차드(Orchard) 사건이다. 당시 대주주는 소액주주 지분을 강제로 매입하려 했고, 자신이 장악한 이사회가 독립적 검토 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를 승인하도록 했다. 이에 델라웨어법원은 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매수가가 부당하게 낮았다며 대주주에게 일반주주에 대한 차액 배상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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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국 대표는 "상법개정을 앞두고 롯데렌탈 유상증자 건이 일반투자자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잘 정리돼서 별다른 법적 분쟁 없이 윈윈하는 케이스로 남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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