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불아귀" 법앞의 평등 언급
尹측 "절차적 정당성 결여"
조은석 내란 특검이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24일 전격적으로 청구했다. 수사 개시 6일 만에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던진 첫 승부수다. 왕년의 특수통 검사들인 조 특검과 윤 전 대통령 간에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내란 특검팀 공보 담당인 박지영 특검보는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며 "특검은 수사기한에 제한이 있고, 여러 사안에 대한 조사가 예정돼 있다"며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 특검팀의 페이스대로 수사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경찰·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비화폰 삭제 지시 등이다. 당초 수사를 맡았던 경찰이 3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거부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들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관련자들은 다 조사를 받았는데 (윤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그러면서 "법불아귀(法不阿貴)"라고도 했다.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는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한다. 박 특검보는 또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할 경우 조사실 문제에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른 조사실을 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통상 검찰 특수수사에 밝은 이른바 '특수통'들은 수사 과정에서 '속도'와 타이밍을 중시한다. 다른 특검들이 진용 구축에 바쁠 때 내란 특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를 조기 개시한 것도 그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측과 치열한 신경전이나 여론전을 펴기도 한다. 내란 특검팀이 "끌려다니지 않겠다" "여러 피의자 중 하나" "법불아귀"를 언급한 것은 그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검팀의 창에 맞서야 하는 윤 전 대통령 측은 25일 "체포영장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며 법원에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특검 발족 후 일정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으나 특검은 기습적 영장 청구를 한 상황"이라며 "향후 정당한 절차에 따른 특검의 요청에 따라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무조건적 소환 거부가 아니라 정당한 요청이라면 소환에 응하겠다며 일정부분 여지를 둔 것이다. 특검의 예봉을 피하면서 '무조건 불응하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내비쳐 법원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금 뜨는 뉴스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여부 결정은 25일 중 나올 수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특검팀은 즉각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