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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집값 급등, 백묘도 쓸 줄 알아야 죽비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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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집값 급등, 백묘도 쓸 줄 알아야 죽비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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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주택 가격 안정이다. 그런데 "이것을 이루지 못한 정부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 연설 중 한 발언이다. 청년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 열풍에 휘말리는 상황을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뼈 아픈 고백이다.


당시 정부는 5년간 27번의 대책을 내놨다. '1차 과제인 세제·금융 규제를 통한 투기 억제와 가격 안정화(위대한 국민의 나라·한스미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규제가 강화할수록 집값은 역설적으로 더 뛰었다. 문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역대 진보정권 집권 당시 평균 집값(23.8%·레피너티브)의 상승 폭은 보수 정권(12.8%)보다 높다. 진보정권에서 집값을 규제로 때려잡겠다는 기조가 강하면 강할수록 집값은 급등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는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대선 전부터 이런 과거 진보 정권의 정책 기조와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며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내 추가 주택 공급안, 서울 유휴부지 개발, 기존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17만가구) 속도 증진 등이 비교적 구체적인 정책들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정권 내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장기 해법이라는 것이 문제다. 서울에 대규모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유휴 부지는 사실상 고갈됐고, 재개발·재건축은 일정 궤도에 올라도 15년 이상 소요되는 사업이다. 지난 정부가 2027년 입주를 호언장담했던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도 올해 이주해야 입주할 수 있다. 현재는 조합 설립도 못 한 상태다. 2018년 발표된 3기 신도시도 올해 첫 단지 본 청약에 들어갔다. 입주는 2028년에나 가능하다.


이런 기조로 현재 집값 상승세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정부가 신중한 시장 접근과 주택 공급 확대를 무기로 내건 사이, 서울 집값은 더 올랐고 주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이달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0.35%·한국부동산원)은 6년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진원지인 강남 3구만이 아니라 성동구, 마포구 등에서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서울 집값은 이달 셋째 주까지 20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무거워야 한다. 외교 안보에서는 국가의 존폐를 결정한다. 경제 사회에서는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그 권한과 책임으로 인해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그 무게에 깔려 당면 과제 대응이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과거 진보 정권의 트라우마가 새 정부 정책 구상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거나 방관한다고 평가하게 된다. 그럼 이전 정부의 죽비는 다시 내리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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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적절한 시장 압박도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만 예외일 필요는 없다. 흑묘든 백묘든 죽비를 피할 수(쥐를 잡을 수) 있다면 활용한다. 이것이 이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 아니었는가.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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