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순수' 보람 vs '결합·전환' 교원
지난해 선수금 격차 1000억원 밑돌아
상조 지형 흔들릴까…공정위 발표 '주목'
웅진이 16일 인수 완료한 '웅진프리드라이프'를 내세워 상조업계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이제 2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보람상조와 교원라이프의 경쟁에 쏠리고 있다. 특히 이달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조업계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30일 '2025년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주요정보'를 발표한다. 공정위는 2023년부터 매년 6월, 그해 3월 말 기준으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의 수, 가입자 수, 선수금 규모 등을 포함한 주요 정보를 공개해왔다. 이 가운데 선수금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99%가 상조업체에 집중돼 있다. 상조 가입자가 계약기간 매달 선납한 상조비의 누적 금액인 선수금은 상조업계의 규모뿐 아니라 각 업체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6월 공정위 발표에서는 프리드라이프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보람상조, 교원라이프 순이었다.
그런데 2위와 3위 두 회사가 보유한 선수금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공정위 발표 당시 격차는 약 1570억원이었지만, 올해 초 공개된 각 사의 '2024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는 약 950억원까지 줄었다. 9개월 만에 39% 감소한 수치다.
교원라이프는 최근 몇 년 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2023년 선수금 증가율 30.5%를 기록하며 대명스테이션을 제치고 업계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13.6%의 증가율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보람상조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전년 대비 3.5%, 지난해 5.8%의 선수금 증가율을 기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번 공정위 발표에서도 이어질 경우, 올해 안으로 교원라이프가 보람상조를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원라이프의 이 같은 상승세는 최근 상조업계에서 주목받는 '전환 서비스'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장례 서비스에 집중해온 경쟁사들과 달리, 교원라이프는 렌털가전·교육·여행 등 그룹 계열사의 서비스를 활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언제든 상조 상품을 다른 서비스로 바꿀 수 있는 '전환 구조'를 강조하며 신규 고객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교원라이프에 따르면, 전환 서비스 이용 실적은 2022년 전년 대비 16%, 2023년 122%, 지난해에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라이프는 회원 전용 멤버십 혜택을 꾸준히 늘려갈 방침이다. 특히 교원투어와의 협업을 통한 여행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유럽·동남아·크루즈·테마여행 등 40여종의 회원 전용 전환 여행상품을 운용 중이며, 올해에는 '발리 2주 살기', '성지순례 패키지' 등을 선보였다. 교원 관계자는 "상조의 역할을 삶 전반으로 확장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보람상조는 교원라이프와의 단순 수치 비교에는 선을 긋는다. 교원라이프는 가전 결합 상품이 중심이지만, 보람상조는 그동안 상조 본연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결합상품은 다양한 가격 요소가 포함돼 월 납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만큼, 순수 상조 상품 기준의 순증(純增) 규모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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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상조는 최근 그룹의 내부 체질 개선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바이오, F&B, 건설, 마케팅 등 각 분야 외부 전문가 7인을 영입해 임원진을 재편했다. 이는 '상조 3.0' 시대를 주창하고, 업계의 화두인 '토털 라이프케어 전문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고객의 삶 전반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라며 "앞으로 체감도 높은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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