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④"R&D 투자, 비용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시계아이콘02분 3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이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은 사실상 IPO 외에는 자금 회수 경로가 없다"며 "중견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수합병을 촉진할 인프라와 투자회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와 같은 회사가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돕고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국내 중견기업들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하면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닫기
뉴스듣기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인터뷰
"신약 R&D, 비용 아닌 자산 인정돼야"

편집자주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인내심의 경쟁이다. 적어도 십수 년에 걸쳐 수백 억원을 쏟아부어야 비로소 결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불과 3~5년짜리 속도전에 내몰리고 있다. 초기 자금을 모으려면 현실적으로 증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법차손이나 매출액 같은 단순한 수치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이뤄지는 평가 기준을 못 맞추는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고 미래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K바이오'를 이끌 기술력을 바탕으로 출사표를 낸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전혀 엉뚱한 사업에 매달리며 '장부관리'에 힘쏟는 건 이런 구조의 단면이다. 아시아경제가 이런 현상과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 장기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①바이오 유망주인 이 기업은 어쩌다 빵을 팔게 됐을까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②"27년 꿈 접게 만드는 韓 떠나 美 나스닥으로 갑니다"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③갈수록 악화하는 대내외 여건, '바이오 새싹' 숨통 조여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④"R&D 투자, 비용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미래 먹거리인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회계상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한국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특례상장제도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과 매출 유지 조건의 개선이 바이오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연세대 공대 학·석·박사를 수료한 뒤 일본 도쿄공대 연구원을 거쳤다.신약개발 바이오벤처 기업을 13년간 창업, 운영했으며 이후 2012년부터 한국바이오협회 사업을 총괄해 오고 있다.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④"R&D 투자, 비용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AD

R&D할수록 만성적자…회계 기준 뜯어고쳐야

이 부회장은 먼저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장기간의 R&D를 기본 전제로 하는데, 현행 IFRS 회계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R&D 비용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법차손 문제가 심화됐다"며 "R&D를 꾸준히 할수록 만성 적자가 발생하고, 혁신기업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현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R&D 비용의 자산화 기준을 유연화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일정 조건하에 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경직된 회계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며 "기술성과 사업성을 명확히 평가받은 프로젝트에 한해 개발비의 자산 인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법차손 문제는 바이오산업 전체의 투자 위축으로도 연결된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이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위기를 겪으면서 바이오벤처 투자가 급감하고, 신규 창업 기업들이 투자 절벽을 넘어 '죽음의 계곡'에서 좌초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대로 가면 5~10년 뒤 한국 제약산업 전체의 경쟁력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자산' 인식 전환,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로"

그는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민간 참여 확대도 제언했다. 바이오 산업계의 자금 조달이 지나치게 기업공개(IPO) 중심으로 쏠려 있어 이를 다양화하고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은 사실상 IPO 외에는 자금 회수 경로가 없다"며 "중견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수합병(M&A)을 촉진할 인프라와 투자회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와 같은 회사가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돕고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국내 중견기업들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하면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④"R&D 투자, 비용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사업 초기의 R&D 자금 지원을 과감히 늘려 실패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도 업계에서 제기되는 주요 방법론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 및 대기업 주도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의 신약개발을 돕고 있는데, 우리도 국가 R&D 자금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민간 투자심리를 보강해야 한다"며 "예컨대 유망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에 매칭 펀드 방식 지원을 하거나 성공보수형 지원으로 실패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업→임상→제품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에 걸쳐 공공과 민간의 리스크 분담체계를 구축하면, 한쪽의 투자 위축이 있어도 다른 쪽에서 보완해 줄 수 있다"며 "정부가 바이오 분야에 대해 단기 정책만 내놓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민간 자생력을 키우는 파트너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희망적인 것은 국내 대기업과 바이오 기업의 M&A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에서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기술 평가 역량과 글로벌 임상 능력 등 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라며 "대·중견기업들이 투자·M&A 시장에 적극 참여해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의 지속가능 한 발전을 위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성을 정부에 적극 제안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신약 개발 정책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추진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산업계 전문가 중심의 범부처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AD

그는 또 "지금이 바이오산업이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라며 "정부가 산업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규제 개선과 자금 조달 방안 마련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만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