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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유해성분 공개…또 빠진 '합성 니코틴' 규제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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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분 44종·20종 정기검사 의무화, 결과 공개
기업 검사 비용 부담 연간 40억 원, 10년간 336억원 추산
합성니코틴 성분, 공개 대상 제외. 정의 개정 해야

정부가 담배 제품에 포함된 유해 성분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제도 시행에 나선다. 흡연자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보장하는 한편, 연초 기반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성 정보 관리 체계를 제도화하려는 취지다. 합성 니코틴 제품은 여전히 규제 밖에 있지만, 이번 조치는 향후 입법 논의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담배 유해성뿐 등에 관한 규정' 제정 고시(안)를 행정예고하고 오는 11월부터 모든 담배 제품에 대한 유해성분 정기검사를 의무화한다. 이 고시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의 하위 규정으로, 제조·수입업체가 제품별 유해 성분을 정기적으로 시험 검사한 뒤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담배 유해성분 공개…또 빠진 '합성 니코틴' 규제 공백 오늘부터 담뱃갑 포장에 ‘폐암으로 가는 길’ ‘실명으로 가는 길’ 등 새로운 경고 문구와 그림이 들어간다. 지난 6월 담뱃갑 경고그림·문구의 수위를 대폭 높이기로 하고 고시 개정을 통해 최종 결정한 데 이은 조치다. 사진은 23일 서울 한 편의점 담배판매대.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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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유형에 따라 검사 항목도 차등 적용된다. 일반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총 44종, 액상형 전자담배는 20종의 유해 성분이 대상이다. 벤젠, 카드뮴, 니켈, 납, 포름알데히드 등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을 비롯해 시안화수소, 니트로소노르니코틴케톤(NNK), 니트로소노르니코틴(NNN) 등 독성과 중독성이 높은 화학물질이 포함됐다.


검사는 정부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체가 식약처 지정 시험기관에 의뢰해 수행한다. 비용 또한 업체가 부담한다. 식약처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업계가 부담할 누적 검사 비용은 약 336억 원, 연간으로는 약 4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 유통 중인 담배 제품은 궐련 226종, 궐련형 전자담배 85종, 액상형 전자담배 39종 등 총 350여 종에 달한다. 제품당 수십 종의 유해 성분을 국제 기준에 따라 고가의 정밀 장비로 분석해야 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예상된다.

담배 유해성분 공개…또 빠진 '합성 니코틴' 규제 공백

궐련은 줄고 전자담배 급증…신종담배에 금연 정책 흔들

보건복지부가 의뢰하고 대한금연학회가 수행한 '2024년 담배 제품 유통 및 흡연행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약 640억 개비였던 궐련 판매량은 2023년 620억 개비로 4.2% 줄었다.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65억 개비에서 120억 개비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28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5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급성장세의 배경으로는 냄새 저감 기술과 다양한 향료 첨가가 결합한 신종담배의 유입이 꼽힌다. 특히 젊은 세대와 여성 흡연자에게 기존 담배보다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흡연율 조사에서는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궐련 흡연율이 각각 9.6%포인트, 6.3%포인트 상승했다. 연구진은 "신종담배의 확산이 기존 금연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합성 니코틴 제품은 이번 유해성분 정기 검사에서 제외됐다. 이번 고시는 '담배'로 법적으로 분류된 제품에만 적용된다. 합성 니코틴처럼 현행법상 담배로 간주하지 않는 제품은 고시 대상에서 제외돼 규제 공백은 그대로 남는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으로 제한됐다. 실험실에서 합성한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합성 니코틴 제품은 담뱃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온라인을 통한 유통도 허용되고 있다. 신분증 확인이 없는 무인판매점에서도 판매가 가능해, 청소년 접근 역시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담배 유해성분 공개…또 빠진 '합성 니코틴' 규제 공백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담배의 정의를 '니코틴을 원료로 제조한 제품'으로 확대하고, 무인매장에는 성인 인증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세 차례 논의됐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정으로 번진 논쟁…"흡연은 선택" vs "중독은 질환"

담배 유해성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법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53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공단이 부담한 폐암·후두암 환자 진료비를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2020년 1심 재판부는 "흡연 외 다른 위험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담배회사 측은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며, 스스로 금연할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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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WHO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니코틴 중독은 질환이며, 중독자는 외부의 지원 없이는 금연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2025 국민건강보험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닐 슐루거 뉴욕의대 학장도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이미 과학적으로 명백하다"며 "미국은 담배회사의 기만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이미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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