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혁신안 이견만 확인
개혁 추진 동력 잃어
정면 돌파냐 자진 사퇴냐 기로
당 혁신안을 꺼내든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원내에 이어 원외에서도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추진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혁안을 밀어붙일지, 내려놓을지 갈림길에 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10일 원외 당협위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차기 지도체제를 비롯한 5대 혁신안을 논의했다. 전체 당협위원장 중 절반가량인 60여명이 참석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간담회 이후 잡혀 있던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과의 접견을 마치고 다시 간담회 자리에 복귀할 만큼 2시간 30분가량 격론이 오갔다. 논의는 길었지만, 이른바 5대 혁신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했다.
특히 대선 후보 교체 파동에 대한 당무 감사나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두고는 반발이 컸다고 한다. 한 당협위원장은 "대여투쟁을 가속해야 할 시점에 왜 이런 식으로 내부 분란을 일으키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일단은 단일대오로 싸워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김 비대위원장 거취와 관련해서는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또 다른 당협위원장은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은 없었지만 순리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임기를 연장하면 개혁안 의미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 안팎의 저항을 정면 돌파할지,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낼 것인지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의원들이 제가 제시한 개혁안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하면 된다"며 "자꾸 절차가 어떻고, 임기가 어떻고 말하는 것은 개혁안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고 해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당원 여론조사 등을 통해 개혁안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논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개혁안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 갖추기 아니겠느냐"며 "당원 투표나 여론조사는 비대위 의결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혁안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력을 잃었기 때문에 임기 내에 개혁안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3대 특검법 국무회의 통과를 단행한 것을 놓고, 대여 공세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당이 환골탈태 하기 위해선 개혁의 내용보다도 이를 행동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며 "당 지도부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물러날 사람이 개혁안을 내놓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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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및 당 상임고문단과의 회의를 열고 당 수습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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