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38건 올려…SNS 보좌관까지
SNS로 의제 만들어…외교 마찰·음모론 유포
트럼프 위한 공간…MAGA 영향력 증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강력한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루 평균 17건의 게시물을 올리며 정책을 알리거나 지지자들과 소통한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SNS가 가짜뉴스 유포의 장이 되기도 하고, 외국과 외교 마찰을 빚는 원인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32일째인 지난 1일(현지시간)까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약 2262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트럼프 트위터 아카이브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같은 기간 트위터 게시물 수의 3배가 넘는다. 2017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동안 트위터에 가장 많이 게시물을 올린 날에는 14개를 썼는데 올 3월엔 단 하루 동안 138개를 쓰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더 강력해진 SNS 정치… 보좌진 동원에 본인 직접 등판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팔로워 수는 약 990만명(8일 기준)으로, 1억명이 넘는 엑스(X·엑스) 팔로워 수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플랫폼의 파워만 비교해봐도 그렇다.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엑스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심으로 이용하는 트루스소셜의 영향력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기 행정부에서 SNS 정치의 힘은 훨씬 강력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종일 SNS에 게시물을 올리도록 돕는 든든한 보좌진을 갖추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백악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SNS는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카비노 부비서실장은 16세 때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캐디로 일하다 발탁됐으며 예능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도 출연한 오랜 측근이다.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으로 근무했다.
또 보수 언론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나탈리 하프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SNS에 게시물을 올린다. 그는 대선 캠프 때부터 소형 프린터기를 들고 다니며 주요 뉴스를 인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티(sweetie)'라 부르며 딸처럼 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직접 게시하기도 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WP에 이로 인해 직원들이 한밤중이나 이른 아침에 TV로 뉴스를 보다 놀라는 일이 있다고 전했다.
美 정치 중심에 놓인 트럼프의 SNS… 관세·인사 등 핵심 정책부터 '음모론'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SNS는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워싱턴 정치의 중심에 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로 정치 및 경제 뉴스를 만들고 공유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이 관세 전쟁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했고, 이 소식에 주식 시장이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주 US스틸 공장에서 연설하면서 철강·알루미늄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를 트루스소셜에 게시하며 확산했다. 당선 직후부터 지난 1일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으로 지명됐던 재러드 아이작먼 지명 철회까지 굵직한 인사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했다.
나아가 근거 없는 주장을 부추기고, 외교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 중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트루스소셜에서 지난달 27일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난달 25일 "완전히 미쳤다"고 비난했다. 또 주권 국가인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SNS에서 수시로 주장하며 캐나다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 복제인간이나 로봇이라는 음모론을 SNS에서 공유했다. 익명의 트루스소셜 이용자가 올린 글로 "조 바이든은 2020년에 처형돼 없다"며 "복제인간(클론)과 로봇 공학으로 만들어진 영혼 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SNS 정치 왜?… 경제적 이득·영향력 넘어 MAGA 위한 공간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SNS 광으로 유명했다. 할리우드 배우의 연애사나, 유명 가수의 옷차림 등 온갖 이슈에 관해 썼다. 그러나 최근 SNS에 열중하는 모습을 단순히 취미로 보기는 어렵다.
SNS를 열심히 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이득도 있는 듯하다. 트루스소셜은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지분 가치는 20억달러(약 2조7198억원)가 넘는다. SNS 정치가 반향을 얻을수록 자신의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가 트루스소셜에 집중하는 이유는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의 지분 대다수를 소유하고 있으며 트루스소셜이 성공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WP에 말했다. 미 MSNBC 방송은 끊임없이 게시물을 올려 대중과 언론이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실시간으로 따라가기 위해 플랫폼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플랫폼의 가치를 높여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부유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루언서로서 영향력을 즐긴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그는 대선 기간 한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 자신의 보좌관이 자신에게 '모든 인플루언서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트루스소셜의 생태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적극 사용했던 엑스와 완전히 다르다. 대다수가 열성 지지자들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물을 올리면 칭찬 일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게시물은 트루스소셜을 이용하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트루스소셜 밖으로 퍼져나가며 힘을 갖게 된다. 대런 린빌 클렘슨 대학교 미디어 포렌식 허브 공동 이사 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트루스소셜에서 X로 실시간 이동하며, 그가 트위터에 올렸을 때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널리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레어 워들 코넬대학교 준교수는 트루스소셜이 팔로워 수는 적지만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플루언서들이 홍보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 논점을 공급하는 플랫폼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워들 교수는 "트루스소셜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쉽게 무시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트루스소셜에) 시간을 쓰는 사람들은 그 게시물을 보고, 같은 화제가 모든 페이지, 뉴스레터, 팟캐스트에서 반복되고 증폭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신과 전문가는 트루스소셜이 트럼프 대통령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데 주목했다. 악시오스는 "팩트 체크도 없고 거짓 주장에 따른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유한 글들처럼 '모든 면에서 옳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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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활동을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자신만의 반향실(echo chamber)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트루스소셜은 그에게 완전하고 지속적인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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