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계약 비중 보장성보험↓·저축성보험↑
유동성 확보 차원…월납보다 일시납 판매 늘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저축성보험 수요 늘어
올해 들어 생명보험사들의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이 80%대 초반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 기조와 보험사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저축성보험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생보사의 전체 신계약 중 보장성보험이 차지한 비중은 8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80.6%)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생보사의 보장성보험 판매비중은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장성보험은 암·뇌·심장보험, 종신·건강보험 등으로 손해보험업계와 경쟁하는 제3보험에 속한다. 생보사들은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이후 미래 수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차원에서 보장성보험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신계약 보장성보험 비중은 90%에 육박했다. 올해 보장성보험 비중이 줄어든 와중에도 판매액 자체는 줄지 않았다. 지난 1월 1110억원, 2월 1115억원, 3월엔 1275억원어치가 팔렸다.
그럼에도 보장성보험 비중이 작아진 건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누적 신계약 저축성보험 판매액은 663억9100만원으로 전년 동기(469억2800만원)와 비교해 41.5% 급증했다.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늘린 건 이례적이다. 연금보험을 비롯한 저축성보험은 보험사 회계장부에서 '부채'로 인식돼 수익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기 때 이자를 더해 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을 강화한 건 유동성 확보 차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사의 유동성 평가지표로 유동성비율이라는 게 있다.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금과 제지급금(해약환급금·중도보험금·만기보험금 등) 청구에 대한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의미한다. 잔존 만기 3개월 이하인 유동성자산을 평균지급보험금으로 나눠 구한다. 지난해 말 국내 22개 생보사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559%로 전분기(1530%) 대비 97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잔존만기 3개월 초과 무위험채권에 대한 유동성자산 인정 비율을 기존 100%에서 30%로 줄였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지난해 말 결산부터 반영되면서 보험사 유동성비율이 급감했다.
생보사들은 최근 일시납 형태의 저축성보험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월납보다는 돈이 한번에 들어오는 일시납 형태의 저축성보험이 생보사의 유동성 확보에 유리해 최근 환급률을 높였다"면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채널 중심으로 대량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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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저축성보험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2.50%로 조정했다.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정이율과 환급률 등이 정해진 저축성보험에 목돈을 넣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10년 이상 유지하면 15.4%에 달하는 이자소득세도 비과세되기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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