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입금내역 3만2427건…감사한 마음"
"차기 대선서 보고싶어"…SNS에도 응원 글 봇물
"못 찍어서 미안하다", "1번에 투표했지만 응원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0.98%의 득표율을 보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향한 후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 본투표가 끝난 직후인 3일 저녁 8시부터 4일 오전까지 약 13억원의 후원금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표(死票) 방지 심리로 권 후보를 선택하진 못했지만, 그의 정치적 메시지에 공감한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가 후원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4일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전날 저녁 8시부터 4일 오전까지 권 후보의 후원 계좌에 접수된 후원금은 약 13억원에 달한다. 민주노동당은 "3만2427건의 후원금 입금 내역이 확인됐다"며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의 낙선 직후 몰린 금액과 유사하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선거가 끝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권 후보에게 후원한 내역을 인증하는 글과 응원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못 찍어서 미안하다. 어쩔 수 없이 내란 청산을 위해 이번엔 이재명 후보에 투표했다"며 "차기 대선 후보로 다시 보기를 기대한다. 소액이나마 후원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도 "1번에 투표했지만 권 후보님을 응원했다. 다음 대선에 나와달라"고 작성했다. 이외에도 "노동자와 성소수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싸워준다는 권 후보의 말에 감명받았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보인 유일한 대선 후보였다" "사실은 정말로 권 후보를 뽑고 싶었다" 등의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권 후보에게 뒤늦게 후원금이 집중된 배경에는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심판적 성격을 담았던 이번 선거에서 현실적 선택의 한계로 그에게 표를 주지 못했던 유권자들이 뒤늦게나마 후원금으로 대신 지지의 뜻을 전하고 향후 정치 행보를 응원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주노동당은 "권 후보는 주요 정당 후보들이 호명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적극적으로 호명했다"며 "이 같은 선거운동이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례적인 수준의 후원금 모집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후보는 고공 크레인 노동자들을 찾는 것으로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투표일인 3일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 고 김충현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이렇듯 권 후보는 원외 군소 진보정당 소속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첫 TV 토론이 끝난 뒤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에 후원금 입금과 입당 신청이 쇄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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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후보는 방송 3사의 출구 조사가 발표된 뒤 페이스북에 "배제된 존재들, 밀려나는 삶들, 불리지 못하는 정체성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가겠다"며 "보내주신 마음들을 절대 저버리지 않겠다. 지지율 1% 남짓 나오는 후보가 아니고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그 배제되고 밀려난 아픈 마음들의 의미를 잘 헤아리겠다. 이 마음을 모아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선 "광장 시민들이 외쳤던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 대개혁의 요구를 지켜달라"며 "경제 회복과 더불어 불평등 해소의 문제도 소홀히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또한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기후정의 등 제게 모였던 마음도 놓치지 않고 받아 안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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