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닷새 만에 발효…대응책 마련도 못해
업계 "비정상적 조치로 정부 협상에 기대"
정부·철강협회 '원팀' 구성…전략 품목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제품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전례 없는 혼란에 빠졌다. 인상 발표 닷새 만에 조치가 이뤄지면서 실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관세 인상이 정상적인 무역 질서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조치로 판단하고 기업 차원보다는 정부의 대미 협상에 기대를 걸고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우리 시간으로 오후 1시1분을 기점으로 자국으로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5%도 버거운 수준이었는데, 50%는 사실상 수출을 막겠다는 얘기"라며 "너무 급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라 대응책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화가 너무 많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업계 전반이 '멘붕'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인상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돌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닷새 만에 발효된 것이다. 지난 3월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한 지 2달여 만에 이뤄진 추가 인상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 인상 배경으로 '미국 산업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계 시각은 다르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정상적인 통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기준 연간 2800만t가량의 철강을 수입한 만큼 내수 증산만으로는 물량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이 같은 시각의 근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강 생산은 단기간 내 증설이 불가능하다"면서 "특정 제품의 경우는 애초 미국 내 생산 기반조차 없다"고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다만 이번 관세 인상 조치의 실질적 충격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상 수출 계약부터 생산, 통관까지 4~5개월이 걸리는 만큼 당장 수출 물량이 끊기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이번 관세 인상 여파는 올해 하반기부터 각 기업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와 협력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 협상 라인과 공조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미국 내 대체가 어려운 전략 품목 위주로 수출 구조를 재편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품목 단위 대응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해볼 만한 품목이 일부 있고, 미국 시장을 면밀히 파악해 수출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6·3 대선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전보다 강한 협상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방향성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정권도 바뀌었으니 대응 역량이 조금 더 강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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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철강협회에서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와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에 따른 주요 수출기업의 영향 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을 모색했다. 회의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함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업계는 향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이번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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