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유지 친윤 vs 당 쇄신 친한…내전 불가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태에 처했다. 이재명 정권에 대한 견제론을 앞세워 당권을 유지하려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선거 패배 책임론을 묻는 친한(친한동훈)계가 충돌하는 사실상의 내전 상태가 불가피하다. 현 지도부 체제를 개편하는 방안이 주도권 싸움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 권성동 원내대표의 임기는 연말까지다. 권 원내대표가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전당대회로 당 대표를 뽑거나,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모두 거론된다.

당권을 쥐고 있는 친윤계는 비대위 체제 유지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를 열 경우 당내 극심한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내부를 수습한 후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선거 패배 책임론이 일겠지만 소수 야당이라는 위기감과 친한계에 대한 견제 심리로 구심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친윤계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친한계에서는 새 지도부 출범으로 쇄신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들이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단호한 퇴장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새 지도부를 뽑을 경우 당권파에 대한 책임론이 옅어지기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인 한지아 의원은 "현 지도부는 지체 없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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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권 구도는 복잡하게 흘러갈 변수도 있다. 일단 득표율 40% 선을 넘어선 김문수 대선 후보가 당권 싸움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내 기반이 약한 만큼 친윤계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비토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친한계를 밀어내기 위해서라도 친윤계가 다른 세력의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우 보수 재편 과정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홍 전 시장이 친윤계와 함께 가기는 어렵고 독자 세력화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다른 노선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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