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유지 친윤 vs 당 쇄신 친한…내전 불가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태에 처했다. 이재명 정권에 대한 견제론을 앞세워 당권을 유지하려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선거 패배 책임론을 묻는 친한(친한동훈)계가 충돌하는 사실상의 내전 상태가 불가피하다. 현 지도부 체제를 개편하는 방안이 주도권 싸움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 권성동 원내대표의 임기는 연말까지다. 권 원내대표가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전당대회로 당 대표를 뽑거나,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모두 거론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5.06.03 윤동주 기자
당권을 쥐고 있는 친윤계는 비대위 체제 유지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를 열 경우 당내 극심한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내부를 수습한 후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선거 패배 책임론이 일겠지만 소수 야당이라는 위기감과 친한계에 대한 견제 심리로 구심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친윤계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친한계에서는 새 지도부 출범으로 쇄신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들이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단호한 퇴장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새 지도부를 뽑을 경우 당권파에 대한 책임론이 옅어지기 전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인 한지아 의원은 "현 지도부는 지체 없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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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권 구도는 복잡하게 흘러갈 변수도 있다. 일단 득표율 40% 선을 넘어선 김문수 대선 후보가 당권 싸움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내 기반이 약한 만큼 친윤계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비토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친한계를 밀어내기 위해서라도 친윤계가 다른 세력의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우 보수 재편 과정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홍 전 시장이 친윤계와 함께 가기는 어렵고 독자 세력화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다른 노선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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