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뢰 아닌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 표출
정치적 성향 변곡점…내년 지방선거 이어질 듯
제21대 대통령선거 전남 동부권의 표심은 '정권 심판'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정이 뜨겁게 분출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발이 뚜렷이 표출되면서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을 넘어 압도적 정치적 결집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정권 교체냐 재창출이냐'의 구도로 비쳤지만, 전남 민심은 그보다 훨씬 더 명확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전남을 포함한 비수도권 정책 소외, 정치적 독주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이번 투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수에 거주하는 한 40대 직장인은 "불법 비상계엄을 확실하게 재단하는 정권 심판이 필요했다. 2년도 안 돼서 민생은 뒷전이고, 전남은 완전히 잊혔다"며 "대선이 오히려 전남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였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유권자들은 투표 기준을 이념이나 인물보다는 윤석열 전 정부에 대한 평가에 맞췄다.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 대한 맞춤 공약과 지역 인프라 확충 방안을 내놓은 것도 도움이 됐지만, 그것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 것은 '윤석열 심판'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순천의 한 정치평론가는 "이 선거는 이재명 후보가 이겼다기보다 윤석열 정부가 심판받은 것"이라며 "정권 초반의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선 지 오래인데, 계엄이라는 황당한 사태를 저지른 것을 보고 동부권 민심이 응축된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 지역의 한 유권자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끝장내기 위해 민주당을 찍은 것이다"며 "농민, 어민, 서민 다 죽게 생겼는데 정권을 더 맡길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번 대선은 전남 정치권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이면 당연히 찍는다'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시 결집했다"면서도 "그러나 이건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라는 점을 오히려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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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남 동부권에서 대선 이후에도 이 같은 정서가 유지된다면, 1년 후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와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도 유사한 정치적 성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취재본부 이경환 기자 khlee276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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