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J-10C에 격추
인도 "기체성능보다 전술문제"
인도군의 작전실패 원인 살펴볼 필요
지난달 7일 발생한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국경분쟁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뉴스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가 격추됐다는 소식이었다. 인도군이 운용 중인 최신 라팔 전투기가 파키스탄군 소속 중국산 J-10C 전투기에 격파됐다는 것이다. 라팔 전투기 도입을 검토하던 많은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양국의 공중 교전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 최대 방산전시회인 '리마(LIMA) 2025'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 각국 군 관계자들이 앞다퉈 J-10C 제작사인 중국 청두항공기공업그룹(CAC)의 부스를 찾기도 했다. 라팔 전투기 42대 추가 구매를 결정했던 인도네시아군은 향후 중국산 J-10C도 입찰 후보군에 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J-10C 전투기의 실전 능력이 증명됐다며 홍보전을 펼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를 순방한 것도 라팔 전투기 구매를 확정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변심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016년 인도군이 구매한 라팔 전투기의 가격은 1대당 2억2000만달러(약 3024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파키스탄군은 2021년 J-10C 전투기 도입 당시 라팔 전투기의 3분의 1 가격인 1대당 7600만달러를 썼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비싸지만 4.5세대 전투기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는 라팔 전투기 구매를 원하고 있었는데 정작 실전에서 실망스러운 전적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인도 내에서는 라팔 전투기의 기체 성능보다 인도군의 전술적 실패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도군이 라팔 전투기의 성능만 믿고 실전 투입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투기 성능 문제가 아니라 운용 전술이 형편없어서 파키스탄군에 졌다는 것이다. 당시 동원된 전투기 숫자로만 따져보면 인도군은 72대, 파키스탄군은 42대로 전력 차이가 큰 상황이었는데도 인도군은 파키스탄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파키스탄군과 교전 직전까지 인도군의 라팔 전투기는 접경지역에서 200㎞ 이상 떨어진 후방에 배치돼 있었다. 조종사들은 접경지역 비행 경험이 거의 없고 제대로 된 지형 훈련조차 받지 못한 상태였다. 아닐 초한 인도군 참모총장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전투기가 추락한 것이 아니라 왜 추락했느냐는 것"이라면서 자국군의 전술적 실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반면 파키스탄군은 공군 전력이 인도군에 비해 부족했지만 공격에 대비해 현지 방어훈련을 강화했고, 중국으로부터 J-10C 전투기뿐만 아니라 ZDK-03 조기경보기, 첨단레이더 등도 수입해 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현지 훈련이 잘돼 있었고 더 많은 현장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보니 전투기 성능과 별개로 효율적인 작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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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팔 전투기 격추는 현대전에서 무기의 가격과 성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기본적인 현지훈련과 감시체계, 정보수집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비싸고 성능 좋은 무기라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최근 훈련 도중 전투기 오폭과 초계기 추락사고가 연이어 터진 우리 군도 인도군의 작전 실패 사례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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